‘명품조연’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활약상이었다. 주연들 못지않은 공헌도로 팀 승리의 완성도를 더했다.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온 조동화(31, SK)가 감초 역할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SK는 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KIA와의 경기에서 6-3으로 이겼다. 3연패를 끊는 귀중한 승리였다. 7⅓이닝 3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된 윤희상, 팀의 승리를 지켜낸 박희수, 3타점을 수확한 이호준, 결승타를 때려낸 임훈이 경기의 주연이라 할 만 했다. 그러나 그 뒤에서 묵묵히 주연들을 뒷받침한 조동화의 활약도 빛났다. 깨소금과 같은 역할이었다.
1일 1군에 등록된 조동화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타순은 2번이었다. 이유가 있는 기용이었다. SK는 최근 들어 정근우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황이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2연전에서 11타수 6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SK로서는 정근우의 상승세를 중심타선으로 이어줄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동력과 탁월한 작전수행능력을 갖춘 조동화가 2번의 적임자였다.

첫 선발 출장의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조동화는 이런 벤치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1회 정근우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SK 벤치는 조동화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번트의 대가’인 조동화는 투수와 1루수 사이로 번트를 대 정근우를 2루까지 보냈다. KIA 선발 앤서니가 재빨리 움직이지 않았다면 내야안타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조동화표’ 번트였다. 조동화의 희생은 4번 이호준의 우전 적시타로 이어져 선취점의 밑거름이 됐다.
3회 1사 1루에서는 앤서니의 2구가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욕심 내지 않고 밀어 친 팀 배팅의 정석이었다. 조동화가 만든 기회는 결국 이호준의 2타점 적시타로 이어졌다. SK가 경기 초반의 흐름을 제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4-3으로 1점을 앞선 9회에도 조동화의 번트 기술이 빛났다. 선두 정근우가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벤치에서는 조동화에게 또 한 번 번트사인을 냈다. 이미 KIA 내야수들이 잔뜩 경계하고 있어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번트모션을 취한 조동화도 1,2구에는 방망이를 내밀지 않았다.
그러나 3구째 기어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높은 볼이었음에도 침착하게 속도를 죽여 투수 앞으로 보냈다. 1,3루수가 모두 홈으로 쇄도했음에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코스였다. SK는 이후 최정 이호준 김강민의 안타로 2점을 더 뽑아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비록 조동화 자신은 단 1개의 타점도 없었지만 6득점 중 5득점에 간접적으로 공헌한 것이다.
조동화의 이런 작전수행능력은 SK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팀이 2번 타순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기에 더 그렇다. 올 시즌 SK에게 가장 많이 2번으로 기용된 박재상은 이 위치에서 1할9푼7리에 그쳤다. 임훈이 비교적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큰 경기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 이만수 SK 감독은 2번 타순에 대해 “작전수행능력과 진루를 위한 팀 배팅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조동화의 가세로 SK는 하나의 옵션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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