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격없다" 김태균, 꼴찌팀 첫 MVP?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06 22: 05

정말 MVP 자격이 없을까.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은 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난 MVP 자격이 없다. 팀이 밑바닥인데 어떻게 자격이 되겠나"고 자책했다. 한화는 개막 후 한 번도 최하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7위 LG와 4경기 차이지만 탈꼴찌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태균은 4번타자로 고군분투하며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과연 김태균은 정말 MVP 자격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MVP 자격이 충분하다. 프로야구 최초로 최하위팀 MVP 탄생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역대 3위 타율·출루율+타격 4관왕

6일 현재 김태균은 팀의 110경기 중 103경기에 나와 타율 3할8푼9리 133안타 15홈런 7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17일 타격 1위에 오른 후 5개월 가까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타율 3할8푼9리는 1982년 MBC 백인천(0.412)과 1994년 해태 이종범(0.393)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66개의 볼넷과 7개의 사구로 출루율도 4할9푼. 이 역시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0.503)와 1982년 MBC 백인천(0.502) 이후 역대 3위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1위가 확정적인 타율-출루율이 전부가 아니다. 김태균은 최다안타(133개)·장타율(0.582) 부문에서도 전체 1위 올라있다. 무려 타격 4개 부문에서 1위에 랭크돼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타격 4관왕 이상 타이틀홀더는 모두 11차례 있었다. 그 중 7차례가 MVP로 이어졌다. MVP 싸움에서 가장 내세울 만한 건 역시 타이틀. 다관왕일수록 MVP 싸움에서 유리하다.
개인 성적은 나무랄데 없다. 오히려 압도적이다. 그러나 팀 성적이 역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화가 워낙 압도적인 최하위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4번타자로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역대를 통틀어도 최하위팀 MVP는 없었다.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에서 MVP가 나온 건 1985년 삼성의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은 1985년 해태 김성한 그리고 2005년 롯데 손민한 뿐이다. 2005년 롯데는 5위였다.
 
▲ 아쉬운 팀 성적, 충분히 극복 가능
그러나 팀 성적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성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올해는 김태균이 제일 잘 하고 있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인성적을 무시할 수 없다. 거의 4할을 치고 있고 나머지 성적들도 좋다"며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김태균이 핸디캡을 안은 상태에서 이 정도 성적을 냈다는 것 아닌가. 멤버가 좋았다면 타율도 더 높아지고 타점 기회도 많았을 것"이라며 "상위권팀에서 수위타자나 홈런왕처럼 아주 특출난 성적을 낸 선수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올해 집중 마크 속에서 거두고 있는 김태균의 성적을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1위 삼성에는 강력한 MVP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시즌이 다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현재 가장 MVP에 근접한 선수는 김태균"이라며 "팀 성적이 아쉽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려운 조건에서 이 정도로 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차이 아닌가. 굳이 지금 MVP를 꼽자면 김태균"이라고 역설했다. 그만큼 최하위 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역대를 살펴봐도 그렇다.
최하위 팀에서 타이틀홀더가 된 선수는 모두 10명. 그 중에서 2관왕 이상을 차지한 선수는 1994년 쌍방울 김기태(홈런·장타율), 2001년 롯데 호세(출루율·장타율), 롯데 손민한(다승·승률), 2007년 KIA 이현곤(타율·안타), 2010년 한화 류현진(평균자책점·탈삼진) 등 5명 뿐이다. 최하위 팀에서 4관왕은 물론 3관왕 이상 이룬 선수도 없다. 김태균의 4개 부문 1위는 역대 최하위팀 선수 중 최다 타이틀. 열악한 조건에 거둔 성적이라 더 대단하다.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봐도 최하위팀에서 MVP가 나온 적이 있다. 1987년 시카고 컵스 안드레 도슨과 2003년 텍사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지구 최하위의 팀 성적에도 리그 MVP에 올랐다.
▲ 4할 치면 MVP는 따놓은 당상
이용철 위원은 "김태균이 4할을 달성하느냐 못 하느냐에 좌우될 수 있다"고 했다. 4할 타율은 그야말로 꿈의 기록이다. 원년이었던 1982년 백인천 이후 누구도 4할 타율 고지에 등정하지 못했다. 김태균은 30년 만에 꿈의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팀 성적을 떠나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4할 타율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경기당 3.32타수를 기록하고 있는 김태균은 산술적으로 시즌을 마쳤을 때 418타수가 된다. 4할을 위해서는 167안타가 필요한데 남은 기간 76타수 34안타로 4할4푼7리의 타율을 쳐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만약 30년 만에 4할 타율의 역사적인 주인공이 된다면 MVP는 따놓은 당상이다.
특히 원년과 지금 4할 타율의 가치가 다르다. 한화 김용달 타격코치는 1982년 MBC 선수로 감독 겸 선수 백인천의 4할 타율 과정을 봤다. 김용달 코치는 "백인천 감독님께서 4할 타율을 치셨을 때에는 선수들 사이에 기량차가 컸다. 아주 힘들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80경기 체제였고, 지금은 133경기 체제다. 규정타석이 164타석이나 차이나는데 4할 타율을 치기 위해 필요한 안타도 65개차가 난다. 김 코치는 "4할 타윤을 쳐도 쳐도 쉽게 안 올라간다. 숫자 싸움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여러가지로 태균이가 부담을 느낄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4할 타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4할 타율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날이 선선해지고, 취소된 경기가 많아진 덕분에 체력이 많이 회복됐다. 타격 밸런스도 좋아졌고 몸이 아픈 데도 없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주위에서 4할에 실패할 것이라는 말에 오히려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안 될 것'이라는 말에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용달 코치도 "봄에 잘 맞을 때 배트를 다시 쓰고 있다. 타구의 질이 좋아지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4할 타율에 도전해 볼만하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4할 타율을 달성하면 MVP 싸움도 그대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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