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끝까지 해야 한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에게 지난 5일 대전 두산전은 짜릿한 하루였다. 4-5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김태균은 두산 마무리투수 스캇 프록터를 상대로 좌익선상에 걸치는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켰다. 타구가 날아간 사이 모든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고, 3루 주자 이학준과 2루 주자 하주석까지 무난하게 홈을 밟으며 6-5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시켰다.
타구가 완전하게 빠졌고, 동점·역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역전과 함께 경기 종료가 확정된 순간. 김태균은 그 느린 발로 1루를 지나 2루까지 질주했다. 팀 동료들이 물통을 들고 끝내기 세레머니를 위해 김태균에게 벌떼처럼 달라붙었지만 김태균은 유유히 2루 베이스를 밟은 뒤에야 외야로 도망쳤다. 외야로 뛰어간 뒤 동료들에게 따라잡힌 김태균은 물 세례에 유니폼이 흠뻑 젖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김태균이 왜 2루까지 달렸냐는 것이다. 타구는 맞는 순간 좌측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라인 안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차이였기에 두산 좌익수 김현수는 타구를 거의 포기했다. 타구가 라인 안으로 들어간 순간 동료들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왔다. 대다수 타자들은 1루를 밟은 뒤 동료들과 기을쁨 만끽하기 마련.
하지만 김태균은 기쁨을 잠시 뒤로하고 웃음을 머금은 채 동료들을 따돌리며 2루 베이스를 밟았다. 기록원은 단타가 아니라 2루타로 기록했다. 이날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는 2루타로 기록된 것이다. 상당수 타자들이 끝내기 상황에서 장타성 타구를 치고도 역전 주자가 들어오면 더 이상 진루를 하지 않고 환호작약한다.
그러나 김태균은 달랐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베이스러닝을 했고, 단타로 끝날 수 있는 것을 2루타로 만들었다. 경기 후 김태균은 "야구는 끝까지 해야 한다. 2루타를 만들려고 끝까지 뛰었다"고 웃어보였다. 어차피 단타든 2루타든 승패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이 작은 차이 하나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나타내며 때로는 시즌 전체 기록을 좌우할 수도 있다.
김태균은 넥센 4번타자 박병호와 장타율 1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태균이 0.582로 1위에 랭크돼 있는 가운데 박병호가 0.571로 바짝 뒤쫓고 있다. 장타율은 루타수로 나누기 때문에 초접전의 양상을 보일 경우에는 단 1루타의 차이에 의해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실제로도 이와 같은 사례가 한 번 있었다.
1998년 삼성 이승엽은 OB 타이론 우즈에게 홈런·타점 타이틀에서 역전당하며 자존심에 상처를.입었다. 그래도 우즈에게 밀리지 않은 것이 장타율이었다. 이승엽이 0.621, 우즈가 0.619였다. 그런데 딱 1루타 차이였다. 만약 이승엽이 1루타가 모자랐거나, 우즈가 1루타를 더 쳤다면 두 선수의 장타율 순위는 뒤바뀌었다. 아주 작은 차이로 타이틀의 주인공이 갈린 것이다.
김태균의 끝내기 질주는 프로 정신이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마지막까지 기본을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아주 단순하지만 망각하기 쉽다. 한화 후배들이 김태균에게 본받아야 할 자세. 프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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