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프록터 명암과 4년 전 토마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06 16: 28

4년 전의 행보와도 비슷한 궤적이 그려질 것인가.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30, 삼성 라이온즈)과 외국인 마무리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스콧 프록터(35, 두산 베어스)의 세이브 선두 경쟁이 4년 전이던 2008시즌 오승환과 한화 이글스 마무리였던 브래드 토마스(현 대만 슝디 엘리펀츠)와의 구원왕 경쟁 구도와도 비슷한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5일 대구 LG전서 1-0 한 점 차 살얼음 리드를 잘 지켜내며 시즌 31세이브(5일 현재) 째를 기록, 프록터와 김사율(롯데)을 제치고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프록터는 같은 시각 대전 한화전에서 5-4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으나 김태균에게 역전 끝내기타를 허용, ⅔이닝 2피안타(사사구 2개) 2실점으로 무너지며 31세이브 대신 시즌 3패째를 당했다.
8월 하순까지 세이브 부문 구도는 프록터가 오승환, 김사율 2위 그룹과 3세이브 정도의 격차를 두고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의 하향세와 함께 프록터의 세이브 쌓기가 주춤했던 사이 오승환, 김사율이 소속팀의 상승세에 일조하며 세이브를 차곡차곡 샇았다. 여기에 프록터가 최근 두 경기에서 연속 블론세이브로 경기를 매조지는 데 실패하며 추격권을 허용한 것도 컸다.

2008시즌에도 오승환과 한화의 호주 출신 좌완 마무리 토마스의 세이브 경쟁이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전인 7월 하순까지만 해도 오승환과 토마스는 25세이브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열띤 구원왕 경쟁을 펼쳤다.
그 해 삼성은 정현욱이 ‘노예’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을 했고 권혁도 원 포인트 릴리프로서 오승환의 앞선을 지켰다. 한화도 윤규진-구대성이 토마스와 함께 계투진에서 활약을 펼쳤다. 확실한 릴리프진이 갖춰져 있었고 양 팀의 팀 순위도 중상위권에 위치해 있어 오승환과 토마스의 마무리 경쟁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 한화의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토마스의 세이브 쌓기도 차질을 빚었다. LG 방출생 출신으로 테이블세터 자리를 꿰찼던 추승우, 중심 타선에 자리했던 덕 클락의 활약상이 시간이 갈수록 빛을 잃어갔고 그와 함께 한화의 경기력도 급전직하했던 것이 컸다. 시즌 종료와 함께 오승환은 39세이브로 타이틀을 따냈고 토마스는 31세이브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토마스의 기록은 아직 한국프로야구 외국인 마무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현재 팀 상황을 봤을 때도 삼성은 선두 굳히기에 나서는 양상이라 세이브 쌓기는 오승환이 좀 더 유리한 편이다. 또한 프록터의 경우는 최근 자신의 경기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는 터라 팀 동료들의 분발 만이 아닌 스스로의 호투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2위 롯데의 마무리인 김사율도 제구력을 앞세운 기교파 마무리로서 타이틀을 노리고 있어 자칫 토마스가 오승환에게 선두권을 쉽게 내주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처럼 9월 중순이 구원왕 타이틀 향방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위로 떨어진 팀의 하락세와 함께 경쟁자가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2008년의 토마스. 2012시즌 개막 후 사실상 처음으로 세이브 부문 선두 자리를 내준 프록터가 다시 자신의 경기력을 안정시키며 오승환-김사율과의 구원왕 대결을 재점화할 것인가. 아니면 오승환이 '전설적 마무리‘의 포스를 보여주며 5번째 세이브 부문 타이틀을 손쉽게 차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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