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덩' 이정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볼은 움푹 패여 안타깝기 그지없고 부드러움과 자상함을 담고 있던 두 눈에는 왠지 모를 슬픔과 독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신이 어색하지는 않다. 자기 자신도 왜 감독이 본인을 선택했을까 스스로 의문이라고 하지만 나쁜 남자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독의 의중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간다. 감춰져 있던 이정진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머나먼 베니스에서도 연일 호평 일색이다.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피에타'는 공식 상영 이후 5점 만점에 4점 반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으며 여러 해외 언론에서 호평을 쏟아내며 수상 가능성까지 높이고 있다.

이번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는 이정진은 김기덕 감독과의 어려웠던 작업을 회상하며 망설임이 많았지만 하고 나니 정말 좋았다는 소감을 전하며 '피에타'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 베니스 진출을 축하드린다. 한국영화로선 무려 7년만인데 소감이 어떤가.
▲ 너무 좋다. 좋긴 좋은데 실감은 안난다. 사실 많은 배우들이 해외 영화제 진출에 대한 꿈을 꾸긴 하지만 막상 갈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실감은 안난다. 같이 초청된 작품들도 어마어마한 작품들인데 그런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화면을 통해 봤던 사람들과 동등하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 수상을 기대하고 있나 .
▲ 모르겠다. 초청된 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기쁘다. 그리고 처음 하는 일 같은 기분이다. 사실 레드카펫에 많이 서봤고 파티도 가봤는데도 익숙하지가 않다. 의상준비 과정도 다르다. 밀라노 본사에서 옷이 들어온다. 국내 영화제들에서는 이렇게 협찬이 마구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를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혹시 촬영 전부터 영화제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나.
▲ 전혀 기대 안했다. 김기덕 감독님의 많은 작품이 상을 받긴 했지만 모든 작품이 상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나는 내가 이 영화를 해서 욕을 먹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 작품 선택하기 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고민이었나.
▲ 촬영 2주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때가 가장 처음 받은 것이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 이틀 뒤에 감독님을 만났고 급하게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배우도 있겠지만 나는 평소에 김기덕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 생각했었지만 막상 닥치니까 내가 준비가 됐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생기더라. 하고 싶다 했지만 내가 준비가 안되면 못하는 것이지 않나.
- 연기한 강도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 굉장히 극과 극에 있는 사람이다. 진폭이 큰 사람이다. 그리고 성장이 멈춰버린 사람이다.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아예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본인이 싫다고 해도 기본교육은 받게 돼있는데 아무것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 그의 사고는 어린 시절 시기에 멈춰있다.
- 상대배우 조민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 워낙에 연기를 잘하는 선배고 내공이 세기 때문에 되게 불편함 없이 편안했다. 일하는 스타일이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연기를 잘하니까 편하다. 그리고 에너지가 많다. 어쩜 그렇게 작은 체구에서 그 많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지 놀랍다.
- 촬영 중 힘든 점은 없었나.
▲ 시간이 짧고 몸이 힘들고 그런게 아니라 단 한번도 써보지 않은 감정을 써서 힘들었다. 극악적인 것들을 끄집어내는 것 있지 않나.

- 옆에서 본 김기덕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 재밌으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방송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동안 방송에 얼굴을 잘 안내비쳤던 것은 어디가서 감독님이 얘기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 시대가 공중파에서 감독님의 작품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지금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고 거기에다가 감독님의 커리어가 쌓여가고 있으니 되는 것 같다.
- 관객들이 어떤 생각으로 극장을 나서길 바라는가.
▲ 한번쯤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강도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가해자가 아닌가라는 생각말이다. 우리가 저런 괴물을 왜 만들어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trio88@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