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우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한화 한용덕(47) 감독대행에게 인사를 받았다. 한화와 경기할 때마다 절친한 동갑내기 한대화(52) 전 감독과 스스럼없이 담소를 나누던 양 감독이었지만 이날을 달랐다. 한용덕 대행이 예의를 갖춰 인사했고, 양 감독이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양 감독은 한 대행의 모습을 보고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 때문이었다.
양 감독은 "한용덕 대행이 (전임 감독을) 예우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 말했다. 한용덕 대행은 지난달 28일 한대화 감독이 물러난 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한 대행은 "나도 잘한 게 없다. 앞으로 감독석 자리에 절대 앉지 않을 것"이라 한대화 감독에 대한 전관예우의 뜻을 밝힌 바 있다. 5경기를 소화한 지금도 변함없다.

양 감독은 한 대행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양감독은 지난 2006년 6월5일부터 LG 감독대행을 맡았다. 이순철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며 수석코치였던 양 감독이 대행으로 승격된 것이다. 감독대행 출신으로서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한 대행의 모습을 칭찬한 것이다.
양 감독은 "나는 그때 감독실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마땅한 미팅실이 없어 손님들이 올 때에만 감독실을 썼다"며 "경기 중에는 감독석 의자에도 앉지 않았다. (현역 시절에 다친) 무릎이 안 좋아서 오래 서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옆에 다른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았다. 한용덕 대행은 평소 워낙 웨이트를 많이 하니까 큰 문제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용덕 대행도 "오랫동안 서 있다 보니 다리가 조금 아프지만 괜찮다. 요즘 하루에 2~3시간밖에 잠을 못자고 있다.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게 많으니 잠이 잘 오지 않더라. 바람을 쐐러 가고, 산에도 오른다. 며칠 안 됐지만, 윗분들의 고충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는 한 대행의 지휘아래 5경기에서 4승1패로 빠르게 분위기 수습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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