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나미가 또 나오네”
경기 전 이정훈 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은 일본 선발 후지나미 신타로(18)를 잔뜩 경계했다. 이 감독은 “슬라이더가 아주 좋다. 보통 고교 선수들의 슬라이더 구속은 빨라야 125㎞ 정도인데 후지나미는 132~134㎞가 나온다. 여기에 슬라이더의 제구력도 좋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후지나미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고시엔)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오사카 토인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준결승과 결승 2경기에서 마운드를 끝까지 지켜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번 대회에도 1일 대만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것을 비롯, 2경기에 나가 14이닝 동안 3실점(평균자책점 0.64)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무려 18개를 잡았다.

이에 이정훈 감독은 “우리가 2~3점을 내준다고 보면 우리도 그만큼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지나미를 빨리 흔드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도 나름대로 대비를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좀처럼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2-4로 진 한국은 1-2위전 진출에 실패했다.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후지나미는 9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2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냈다. 전날(4일)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을 던진 후유증은 찾아볼 수 없이 128구를 던졌다. 제구가 다소 잡히지 않은 직구보다는 날카로운 변화구를 주무기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히 속도와 낙폭을 모두 갖춘 슬라이더는 명성 그대로였다. 한국 타자들은 197㎝의 장신에서 나오는 후지나미의 슬라이더가 생소한 듯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국내 무대에서는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슬라이더를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후지나미는 2차례의 주루사를 범한 한국의 실책까지 등에 업고 6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갔다.
7회 들어 제구가 흔들리며 3개의 볼넷을 내준 후지나미는 1사 만루에서 안중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했다. 그러나 김인태와 김민준을 범타로 돌려 세우며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다. 7회 2사 만루에서 김민준을 상대할 때는 직구 구속이 151㎞까지 나오며 완투형 투수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결국 9회까지 후지나미를 넘지 못한 한국은 4년 만의 우승 도전 꿈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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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