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제구력에서 단점을 지적받던 한때의 만년 유망주. 지금은 팀의 주축 선발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으나 매 경기 볼넷은 내주던 미완의 제구를 지닌 파이어볼러가 7회까지 단 하나의 사사구도 내주지 않는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두산 베어스 10년차 우완 노경은(28)이 타 팀의 웬만한 1선발 부럽지 않은 호투를 보여주며 데뷔 첫 완봉승에 성공했다.
노경은은 6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로 나서 9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를 보여주며 데뷔 후 가장 깔끔한 선발 등판을 마쳤다. 특히 이날 노경은은 단 한 개의 사사구만을 내줬을 정도로 굉장히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냈다. 노경은의 완봉승은 데뷔 후 처음이다.
데뷔 후 가장 깔끔한 투구로 꼽혔을 정도로 노경은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경기 내내 1회초 2사 후 강정호에게 중견수 방면 안타를 내줬으나 박병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이닝을 마친 노경은은 2회에도 선두타자 유한준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3회와 6회까지는 모두 삼자범퇴 릴레이였고 7회초 1사에서 박병호에게 내준 좌전 안타가 이날 노경은의 세 번째 피안타에 불과했을 정도로 투구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8회 대타 문우람에게 우중간 안타를 내준 노경은은 후속 대타 지재옥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사구 릴레이를 마쳤다.
8회초 무사 1,2루로 첫 위기를 맞은 노경은은 김민성과 서건창을 연속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장기영도 1루 땅볼로 일축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클린업트리오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투구를 펼치며 데뷔 첫 완봉승에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구위의 직구가 공략하기 어려운 코스로 날아든 것이 컸다. 최고 151km의 직구를 던진 노경은의 공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고 높은 실투도 보기 힘들었다. 슬라이더-포크볼은 물론 110km대 낙폭 큰 커브도 넥센 타자들을 막아내는 데 큰 노릇을 해냈다.
수비의 도움도 있었다. 3회초 2사에서 노경은의 높은 공에 장기영이 친 타구는 중전 안타성 타구였으나 중견수 이종욱이 몸을 사리지 않는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장기영은 6회초 2사에서도 노경은의 공을 받아쳐 우익수 방면 잡기 힘든 라이너성 타구를 때려냈으나 베테랑 우익수 임재철이 이를 훅슬라이딩과 함께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한때 불안한 제구난과 팔꿈치 부상, 팬과의 온라인 상 마찰로 인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기도 했던 노경은. 그는 이제 더 이상 두산의 '미운 오리'가 아닌 화려한 백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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