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7일, 한국 프로야구는 최고의 타자를 역사 속으로 떠나 보냈다. 고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짧은 투병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야구계에선 '장효조 타격상'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한국 야구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이영민을 기리기 위해 1958년부터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고 있지만 아직 프로야구에는 같은 성격의 상이 없다. 반면 우리보다 역사가 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는 전설적인 선수의 이름을 딴 상을 매년 수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은 역사와 함께 최고의 권위를 가지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선 통산 511승을 거둔 사이 영의 이름을 딴 '사이영 상'이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양 리그에서 각자 한 명씩 수상자를 결정하는데 최다 수상선수는 모두 7번을 받은 로저 클레멘스다.

일본은 최고의 선발투수를 정해 '사와무라 에이지 상'을 수여한다. 보통 '사와무라 상'으로 줄여서 부르는데 일본 프로야구 역사와 함께한 사와무라 에이지를 기리는 상이다. 이 상은 25회 이상 등판, 15승 이상, 10완투 이상, 승률 6할 이상, 200이닝 이상, 평균자책점 2.50 이하, 탈삼진 150개 이상의 조건을 갖춘 선발투수에게 수여한다.
전설적인 선수의 이름을 딴 상이 있다는 건 해당 리그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기에 장효조 전 감독이 별세했을 때 그의 이름을 딴 '장효조 타격상'에 대한 논의가 나온 건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당시 야구계도 환영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야구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의 제정을 촉구했고 당시 이상일 KBO 사무총장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장효조 타격상'은 어디까지 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후 잊혀졌다고 보는 게 가깝다. KBO 관계자는 "장효조 타격상 제정에 관련된 어떠한 일도 추진중에 있는 게 없다"면서 "현재로선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타격부문 우수선수에 대한 상을 제정할 때 장효조 타격상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아직 언급하긴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로서는 '장효조 타격상'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야구계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없던 일이 돼 버리고 말았다. 통산 타율 3할3푼1리, 30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높은 타율을 남긴 장효조 전 감독의 이름은 그 해 타격이 가장 뛰어났던 선수에게 붙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먼저 떠난 사람은 잊혀져 간다. 야구계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관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앞서간 레전드들이 잊혀지는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권위의 상을 만들어 기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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