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변경 대성공, 2012시즌 새롭게 태어난 6인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07 06: 50

보직 변경이 야구 인생의 새 장을 열었다.
2012 시즌도 어느덧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불펜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또는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전환한 6명의 투수들이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보직 변경의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이들 모두 새로운 자리에서 각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두산의 이용찬과 노경은은 각각 2010 시즌 마무리 투수와 2011 시즌 셋업맨에서 선발진의 핵으로 변신했고 SK 윤희상도 올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등장한 한화 마무리투수 데니 바티스타는 작년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선발 전환 후 월등히 성적이 좋아져 내년을 기약할 가능성이 높다. 주로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아왔던 LG의 봉중근과 유원상은 불펜에서 등판하면서 팀의 고질병이었던 뒷문 불안을 해결했다. 2012년을 변화의 해로 장식 중인 투수들을 돌아본다.

▲ 불펜투수에서 선발진의 황금 카드로 진화
이용찬의 성공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다. 2009년과 2010년 팀의 마무리투수로 자리하면서 2년 동안 51세이브를 기록했고 2011년 5월 5일부터 선발투수로 전환, 선발 등판한 21경기에서 118⅔이닝을 투구하며 6승 9패 평균자책점 4.32를 올렸다. 경기 초반 흔들리는 경향이 강했고 직구 구속도 마무리 시절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당시 새로 장착한 스플리터가 결정구로 쏠쏠하게 쓰이며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겨울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목표로 올 시즌을 준비한 이용찬은 9승 9패 평균자책점 3.07로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하고 있다. 진화한 스플리터와 함께 전반적인 경기운영 능력이 발전하면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도 생겼다.
반면 노경은의 선발 전환 성공은 예측하기 힘든 일이었다. 올 시즌 초까지 불펜 승리조에서 셋업맨 역할을 하다가 6월 6일 잠실 SK전에서 선발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발 등판, 6⅔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다.
이후 노경은은 자연스럽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불펜 때보다 오히려 구위가 좋아지며 철벽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불펜 등판시 평균자책점 3.96 피안타율 2할8푼6리를 기록했지만 선발로 나선 14경기에선 평균자책점 2.89 피안타율 2할1푼1리를 올리고 있다. 6일 잠실 넥센전에선 프로 데뷔 후 첫 완봉승까지 달성, 2012년을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만들었다.
윤희상도 이용찬과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의 선발투수 경험이 전환점이 됐다. 2011년 7월 2일 목동 넥센전을 시작으로 8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윤희상은 KIA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무실점으로 윤석민과 선발 대결에서 승리, 팀을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려놓았다.
윤희상은 큰 무대에서의 호투를 발판삼아 올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단 한 차례도 선발 등판을 거르지 않으며 7승 8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 중이다. SK 이만수 감독은 올 시즌 투수진의 MVP로 윤희상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2.33로 풀타임 선발투수 첫 해 마주할 수 있는 체력문제를 불식시키며 호투 중이다.
도미니카 출신의 바티스타는 퇴출 위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지난 시즌 도중 한화에 합류해 마무리투수로 자리하며 150km대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파워커브로 마운드를 지배,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 피안타율 1할5푼3리로 뒷문 불안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결국 올 시즌 자연스럽게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제구불안에 시달리며 지난 시즌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구원 등판시 평균자책점 5.70 피안타율 3할1리로 팀이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원인 제공자가 됐고 2군으로 내려가며 한국을 떠날 상황까지 놓였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7월 27일 광주 KIA전을 선발 등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 당시 적장인 선동렬 감독으로부터 ‘15승 투수급 투구’란 평가와 함께 부활했다. 미국 무대에서도 불펜투수보다는 선발투수에 많이 등판했던 게 원인이 됐는지 바로 제구력이 잡히며 지금까지 6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51 피안타율 1할6푼5리를 올리고 있다. 특지 지난 5일 대전 두산전에선 6이닝 동안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특급 선발투수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 선발투수에서 팀의 고질병 치료할 불펜 필승조 변신
봉중근은 2008시즌부터 3년 연속 10승·170이닝 이상을 기록, LG의 좌완에이스이자 국가대표 투수진의 중심 역할을 해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팀을 이탈했고 올해 재활의 일환으로 등판 간격의 여유를 두고 불펜투수로 다시 마운드를 밟았다. 겨울 내내 재기를 향해 땀을 쏟은 결과, 재활 속도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빨랐고 올 시즌 첫 등판부터 145km 직구를 꽂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결국 5월부터 마무리 투수로 낙점, 13연속 세이브로 시즌 중반까지 LG 상승세의 중심에 자리했다. 여전히 과감하게 인코스로 직구를 구사하며 결정구인 체인지업의 움직임도 에이스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6월 22일 잠실 롯데전 블론세이브로 한 차례 휘청거렸지만 이후 더 이상의 블론세이브 없이 2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9년 동안 마무리 가뭄에 시달렸던 LG에 구세주가 되고 있다.
한화 시절 선발투수로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꼽혔던 유원상은 불펜투수 보직 변경과 함께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올해 4월 8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 구원 등판부터 힘 있는 투구로 삼성 클린업트리오를 제압했고 5월 24일까지 약 두 달 동안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하며 LG 마운드에 높은 벽을 세웠다.
유원상은 150km의 가까운 직구와 140km를 상회하는 고속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를 요리, 봉중근 앞에 등판해 그동안 역전패의 악몽에 시달린 LG로 하여금 계산이 서는 야구를 가능케 했다. 비록 현재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다음 시즌에 봉중근과 함께 LG 불펜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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