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조라는 이름은 여전히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의 머릿속, 그의 모습에 열광했던 팬들의 가슴 속에서 꿈틀댄다. 그의 이름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기록에서도 마찬가지다.
故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타격에 있어 쉽게 넘보기 힘든 대업을 남겼다. 1992년을 그가 은퇴한 이후 여러 후배들이 아성에 도전했지만 아직 뛰어넘은 자는 없다. 오히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장효조가 세운 기록은 난이도가 높다.
장효조의 이름이 가장 빛나는 대목은 통산타율이다. 한 시즌 3할을 치는 것도 어려운데 통산 타율이 무려 3할3푼1리(3050타수 1009안타)다. 2위 김태균(한화·0.317), 3위 양준혁(전 삼성·0.316)과의 격차가 크다. 6일 현재 올 시즌 타율 부문에서 3할3푼 이상을 치고 있는 선수는 김태균(0.388) 한 명에 불과하다. 장효조의 천부적인 타격능력과 꾸준함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현역 선수들은 최종 기록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효조가 그랬듯 은퇴 직전 타율을 까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때 장효조의 기록에 도전할 만한 선수로 불렸던 이종범(전 KIA)도 2005년 이후로는 3할을 치지 못하며 결국 2할9푼7리의 통산타율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9년 연속 3할을 달성했던 장성호(한화)의 통산타율도 2할9푼8리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당분간은 도전자가 없을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5년부터 1987년까지 기록한 3년 연속 타격왕도 오직 장효조만이 가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장효조는 1985년 3할7푼3리를 시작으로 1986년 3할2푼9리, 1987년에는 3할8푼7리로 타격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3년의 평균 타율은 무려 3할6푼3리에 이른다. 이 중 1987년 기록은 원년 백인천(MBC·0.412), 1994년 이종범(해태·0.393)에 이은 단일 시즌 타율 3위 기록이다.
장효조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2010~2011년 타격 2연패의 주인공 이대호(오릭스)는 일본으로 떠났다. 때문에 이 기록 역시 당분간은 어깨를 나란히 할 선수가 없다. 매년 타격왕의 얼굴이 바뀌는 추세도 고지를 더 높아보이게 한다 . 타격 3연패는 고사하고 2연패를 달성한 인물도 이대호와 1991~1992년 이정훈(전 빙그레)뿐이다. 통산 4번의 타격왕을 차지한 양준혁도 타격 2연패에는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통산 6차례나 1위에 오른 출루율도 타격 못지않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 연속 출루율 1위를 기록했다. 출루율 부문에서 3연패 이상을 달성한 선수 역시 장효조가 유일하다.
탁월한 선구안도 후배들이 좀처럼 따라잡기 어렵다. 장효조는 통산 506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289개만 당했다. 볼넷/삼진 비율이 1.75에 이른다. 장효조의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양준혁의 볼넷/삼진 비율은 1.40이었다. 현역 중에서는 그나마 선구안이 좋다는 장성호가 1.26, 김현수는 1.20, 김동주는 1.02다. “장효조가 치지 않으면 볼이다”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처럼 장효조는 떠났지만 그의 기록은 떠나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를 풍성하게 함은 물론 그 자리에 곧게 서 후배들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장효조라는 이름 석 자가 앞으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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