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8 U]‘기본기 부족’, 성장 멈춘 아마야구의 현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07 06: 34

분명 하드웨어는 좋아졌다. 쓸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운영체제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일선에서 지적하는 한국 야마추어 야구의 현실이다.
한국은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2-4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7일 열릴 캐나다전 결과와 관계없이 1-2위전 진출이 무산됐다. 안방에서 우승 트로피를 탈환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물거품이 됐다.
예선에서 베네수엘라와 미국을 연파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이상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선수들임을 감안해도 서투른 플레이가 너무 많이 나왔다. 기본적인 수비와 베이스러닝, 작전수행능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기본기 저하가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안타를 때리고도 대회 내내 어려운 경기를 했던 원인이다.

이정훈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이 감독은 6일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작심한 듯 아마야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 감독은 콜롬비아와 대만전 패배를 복기하며 “이게 우리 고등학교 야구의 현실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야구는 조그만 부분에서 승패가 갈리는데 우리 야구는 너무 치고 막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은 이어 “대표팀에 온 선수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기본적인 것임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주먹구구식 훈련이 아니라 상황에 맞춘 아기자기한 훈련이 필요하다. 고교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조직력, 주루, 기본기를 정립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을 비교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변화구가 들어오면 우리 선수들은 몸이 먼저 나가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대만 선수들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게 기본이다. 콜롬비아와 대만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보다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실제 대표팀은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콜롬비아와 대만에게 지며 벼랑 끝에 몰렸고 결국 일본에게 KO펀치를 맞았다.
이 감독은 “배울 시간이 많을 때 잘 가르쳐야 한다. 1~2달 가지고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좀 더 나아가려면 합심해야 한다. 일본은 프로의 지원이 많다. 야구가 국기인 대만은 국가의 지원이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도 프로가 머리를 맞대고 아마추어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6일 일본전에서도 2번의 아쉬운 주루사로 선취점의 기회를 놓쳤다.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작전을 변형시키지 못한 결과였다. 6회 두 번째 폭투로 3점째를 줄 때도 포수 한승택의 블로킹이 조금은 아쉬웠다. 경기를 지켜본 한 야구인은 “몇 년째 중고신인이 신인왕을 수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면서 “아마야구의 현실을 널리 알렸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이번 대회의 부진이 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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