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대표팀은 9월 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제25회 세계청소년선수권 본선 2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서 3-7로 패했습니다.
9이닝까지 3-3 동점 후 연장 승부치기에서 4점을 내주고 져 6일 일본전과 7일 캐나다전을 모두 승리해야 결승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난감하게 됐습니다. 6일 일본에도 무너져 결국 결승진출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필자는 34년전인 1978년 9월 하순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취재를 간 적이 있습니다.

양상문(부산고) 이상윤(광주일고) 양일환(대구상고) 이상군(북일고) 장호연(충암고) 신계석(경기고. 이상 투수) 박철영(배명고) 김호근(부산고) 한문연(마산상고. 이상 포수) 김정수(신일고) 한대화(대전고) 김동재(경북고) 양승호(신일고) 김상훈(동대문상고) 정용락(충암고) 김경표(신일고) 장상철(부산고) 김문영(선린상고) 최광묵(인천고) 김광림(공주고) 등으로 대부분 요즘 프로야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죠.
김영덕(북일고) 감독, 김성근(충암고)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고 서영무(서울고) 감독은 총무를 담당했습니다.
아마야구 최강국 쿠바 등 10개국이 참가했고 미국은 연령 초과 선수 문제로 중남미 국가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대회 개막식만 참석하고 선수단을 철수하는 불상사를 빚었고 일본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1차 리그를 3위로 마쳐 노심초사하던 김영덕 감독은 허리 디스크 증세가 심해 김성근 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체육관 내에 임시로 마련된 선수 숙소에서 혼자 침대에서 끙끙 앓는 곤욕을 열흘 가량 치르기도 했습니다.
1차리그 자유중국전(대만)에는 양상문이 선발로 나오고 양일환 장호연 등이 계투해 10회 연장전 끝에 5-4로 이겼으나 2차리그에서는 자유중국(대만)의 황우신에게 꼼짝없이 눌려 삼진 11개를 뺏기고 0-4, 노히트노런 패배의 수모를 겪으며 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기서는 이상윤이 철완의 강속구를 과시하며 기대 이상 호투를 거듭하고 양상문이 쾌투해 리그 마지막 날 쿠바에 13회 연장전 끝에 3-1로 승리했습니다. 사상 처음 쿠바를 제압하고 2위로 최종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쿠바는 최강팀이었고 국제야구연맹에서도 입김이 세 대회 운영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쿠바는 자유중국과 경기서 1-1,동점으로 이어지다가 대만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쿠바편을 든 3루심이 2루타로 선언했고 항의하던 자유중국은 경기에 응하지 않는다고 단 2분만에 몰수게임패를 당하는 바람에 성적과 사기가 떨어져 4강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우리와 최종결승전에서도 다른 나라 심판들이 많은데도 1루심에 쿠바 심판을 배정했고 3회말 쿠바는 2사 만루 때 땅볼을 때려 유격수 한대화가 잘 잡아 1루에 송구, 누가봐도 분명히 아웃이었지만 쿠바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하는 어처구니 없는 오심을 저질러 선제 두점을 뺏기고 결국 1-6으로 져 한국은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생중계된 현지 TV의 슬로비디오를 점검해 보니 타자주자의 발이 한걸음이나 못 미쳤는데도 세이프로 판정돼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한대화와 2루수 양승호, 1루수 김상훈, 3루수 김동재 등이 땅을 치며 통곡하고 항의하다가 글러브를 던지며 퇴장을 시도하는 것을 본부석에서 관전하던 필자도 그라운드로 내려가 만류하며 시상식에 참석하도록 달랜 기억이 납니다.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것은 34년전 베네수엘라가 처음이었는데 당시 국제야구연맹은 미국과 쿠바를 중심으로 한 남미가 주도권 다툼을 심하게 벌이다가 이 대회 이후 미국이 헤게모니를 잡고 제1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1981년 미국 오하이오 뉴어크에서 열었습니다.
이 대회엔 선동렬(고려대) 김건우(선린상) 조계현(군산상) 이효봉(대전고) 강기웅(대구고) 구천서(상은) 조양근(북일고) 임경택(마산고) 등이 출전하고 김영덕(북일고)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아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해 3년전 한을 풀었습니다.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는 매년 열리다가 2000년부터 2년마다 거행되고 있는데 미국은 제2회 대회서 우승했고 대만은 3회 대회서 우승했으며 처음에 참가하지 않던 쿠바는 4회부터 출전하자마자 4년 연속 우승 및 11차례에 걸쳐 타이틀을 휩쓸었습니다.
첫 대회서 우승한 한국은 94년과 2000년, 2006년, 2008년 등 모두 다섯번 우승하고 미국도 5회 우승을 차지해 쿠바 다음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94년 캐나다 브랜든 대회에서는 이승엽(경북고), 김선우(휘문고) 등이 참가해 이승엽은 홈런(3개)과 득점(13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결승에서 미국을 꺾는데 수훈을 세웠습니다.
세번째 우승이었던 2000년 캐나다 에드먼튼 대회에는 추신수(부산고), 이대호(경남고), 김태균(북일고), 정근우(부산고) 등이 활약했습니다.
2006년 쿠바 대회에선 김광현(안산공고), 이용찬(장충고), 임태훈(서울고)이 마운드에서 뛰어난 피칭으로 홈팀을 눌렀고 2008년 캐나다 대회는 안치홍(서울고), 오지환(경기고)등이 발군의 실력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대만은 83년과 2010년 두번, 캐나다는 91년에 한번 우승컵을 안았습니다. 이번 대회에 최강국 쿠바는 지역 예선전부터 참가를 하지 않아 이번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재정 문제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회를 개최한 곳은 그동안 주로 미국과 캐나다였고 쿠바와 대만이 각각 2회, 멕시코와 호주가 한번씩 열였는데 대만 경우는 참가국의 숙식비는 물론 여비까지 제공했으며 이번에 대회를 처음으로 연 한국은 참가국의 숙식비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대만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야구에 자극을 주고 있는 상대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