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스플릿의 1위로 후반기를 맞게 된 FC 서울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덕을 짭짤히 보고 있다. 일본 귀화 출신의 에스쿠데로가 그 주인공. 스페인에서 태어난 에스쿠데로는 아르헨티나 명문인 벨레스 사르스필드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2001년 일본으로 이주했다. 축구 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14살에 일본에 온 에스쿠데로는 가시와 레이솔과 우라와 레즈 유소년팀을 거친 뒤 2005년 J리그에 데뷔했다. 부상으로 낙마하기는 했지만 2007년에는 일본 청소년 대표와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에 선발되는 등 유망했던 선수.
하지만 J리그서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7월 서울로 임대됐다. 올 시즌 J리그 전반기 동안 단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친 상황이었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세루짱'은 서울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부각됐다.

현재 에스쿠데로는 8경기에 나서 3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은 그와 지난 6일 서울이 전지훈련 중인 춘천의 세종호텔에서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그와 일본어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에스쿠데로와 일문일답.
ㅡ 서울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 지난 6월 임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여러가지 소식을 듣게 됐다. 우승에 근접한 팀이고 코칭 스태프 및 시스템이 좋다고 들어 기대를 많이 했다. 서울에 와서 보니 우승에 대한 압박은 있지만 큰 부담은 없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압박을 즐기기 때문에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다.
ㅡ 본인에 대해 정확한 표현은.
▲ 나는 어떤 사람과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혹은 아르헨티나이든 상관없다. 14살 부터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어도 배우고 일본 사람도 됐다. 그러나 한국에 왔으니 이제 한국말도 배우고 싶다. 여러 곳에서 생활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ㅡ 최용수 감독과 관계는.
▲ 최고의 공격수라고 알고 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골 결정력이 좋았던 것으로 들었다. 나는 골 결정력이 좋은편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최용수 감독의 능력을 습득해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감독님께서는 특별히 가르쳐 주시는 것은 없다. 그래서 혼자 더 노력하고 있다. 꼭 배울 것이다. 하일라이트를 가끔 보는데 최고의 공격수라고 생각한다.
ㅡ 최용수 감독과 불편한가.
▲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우라와에 있을 때 감독님과 전술이 잘 맞지 않았다. 패싱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내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서울로 오면서 최용수 감독님께서는 내 스타일을 인정해 주셨다. 편하게 경기를 하라고 항상 주문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맞는 것 같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감독님께서 경기내용에 대해 크게 뭐라고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불화라는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다.
ㅡ 최용수 감독이 가장 많이하는 말은.
▲ 일단 내 별명인 '세루짱'이다. 그리고 어쭙잖은 플레이를 하지 말고 결정한 것을 그대로 하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라운드서 결정한 플레이라면 정확하고 자신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경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ㅡ 서울이 좋은점은 무엇인가.
일단 우라와에 있을 때 감독의 성향과 내 플레이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또 일본인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다르다. 외국인 선수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돌파와 같은 모습에도 크게 문제를 삼지 않는다. 서울에 온 이유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솔직히 우라와 보다 서울이 여러가지면에서 더 좋다. 우라와에서 선수로 뛰어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ㅡ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생각은.
▲ 전체적으로 한국 축구선수들은 좋은 기술과 실력과 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골을 넣지 못한다. 자신감을 가진다면 더 폭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빨리빨리' 보다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수비진도 뒷공간 노출이 많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시아 최고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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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