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달인인가.
KIA 우완투수 서재응(35)은 메이저리그 시절 서클 체인지업의 명수였다. 주로 직구를 던지면서 떨어지는 명품 체인지업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했고 비록 한 시즌 10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통산 28승을 챙긴 볼이었다.
2008년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 이후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벽에 부딪혔다. 선구안이 좋고 노려치기를 잘하는 국내타자들과 승부에서 애를 먹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벅지에 문제까지 생겼다. 팔의 각도가 쳐지면서 체인지업의 예리함도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장타로 연결됐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는데 구종의 전환이었다. 싱커(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시즌을 마치고 투심, 2011년은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차례로 익혔다. 대부분의 변화구를 차지했던 체인지업의 숫자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6일 광주 SK전에서 KIA가 내놓은 투구분석표에 체인지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대신 포크볼(23개), 슬라이더(20개), 투심(13개), 그리고 직구(32개)를 던졌다. 이날은 슬라이더와 투심도 좋았는데 유난히 포크볼의 각이 예리해지면서 승부구로 사용했다.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였다. 1피안타는 한국에서는 처음나오는 기록이었다.
물론 승부구는 매번 바뀐다. 슬라이더, 혹은 투심이 되기도 한다. 경기에 따라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구 승부구를 바꾸면서 대응하고 있다. 상대타자들의 분석과 적응력에 대비해 자신도 구종을 바꾸며 타자들을 공략한다. 여기에는 절묘한 그의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또 하나는 직구의 스피드가 좋아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나온 지표들이 좋다. 6일 현재 1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하면서 거둔 방어율 3.15는 입단 이후 최고의 기록이다. 120이닝을 소화해 개인 최다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아울러 7승에 불과하지만 10승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 2010년 9승, 140이닝, 방어율 3.34의 개인 최다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서재응의 구종 변신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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