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였던 노경은, 효자로 우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07 10: 43

한때 ‘이 팀에서 야구를 못 할 것 같다’라며 목소리를 높여 임의탈퇴 위기까지 몰렸고 팀에서는 ‘저 녀석은 안 될 것 같아’라는 극단적인 판단까지 내리기도 했다. 야구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추고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팬들도 냉대했던 투수는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축이 되었다. 10년차 우완 노경은(28, 두산 베어스)의 데뷔 첫 완봉승은 모진 풍파를 이기고 거둔 값진 보석과도 같았다.
노경은은 지난 6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로 나서 9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를 보여주며 데뷔 후 가장 깔끔한 선발 등판을 마쳤다. 특히 이날 노경은은 단 한 개의 사사구만을 내줬을 정도로 굉장히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냈다. 노경은의 완봉승은 데뷔 후 처음이다.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계약금 3억5000만원)으로 화려하게 입단했던 노경은이지만 2010시즌까지 그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4시즌 이후에는 군입대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으나 팔꿈치 수술 여부를 놓고 구단과 마찰을 일으켰던 노경은이었다. 당시 노경은은 “팔꿈치가 안 좋은 투수에게 현역 입대를 권유하더라. 이 팀에서 다시는 야구를 못 할 것 같다”라며 격분하기도 했다.

임의탈퇴 위기까지 놓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2년 간 공익근무로 병역 의무를 해결했던 노경은.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시련은 계속되었다. 공이 워낙 좋아 선발진 후보군에 꼽혔으나 마음 먹은 대로 공이 날아가지 않아 중용되지 못했고 그에 따라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도 떨어졌다. 익명성이 기댄 팬들의 심한 비난은 노경은을 더욱 힘들게 했고 2009시즌 도중에는 온라인 상에서 팬들과 마찰을 일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던 노경은이다.
2010시즌에는 발목 부상-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2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노경은. 그러나 2011년 동료 박정배(SK)의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전지훈련에 참가하며 다시 눈도장을 받을 기회를 얻었고 지난 시즌 계투로 뛰며 44경기 5승 2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5.17로 가능성을 비췄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계투에서 선발로 전환, 투구 내용 상으로는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노경은이다.
그를 바라보는 팀의 시선이 따뜻해진 것이 노경은을 1군에서 생존하게 한 비결이다. 2군 투수코치 시절부터 “좋은 힘을 갖췄으나 마인드컨트롤 능력이 부족하다”라며 노경은의 재능을 아까워했던 김진욱 감독은 때로는 강하게 다그치고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며 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고 야구를 놓을 뻔 했던 노경은도 다시 야구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갔다. 올 시즌부터 투수코치로 재직 중인 정명원 코치도 포크볼을 전수했음은 물론 완봉승 경기 당시 “어떻게든 완봉승을 따내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라며 노경은을 다독였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도 애리조나 전지훈련 당시 무릎 통증에 당황해하던 노경은에게 테이핑 등 무릎 관리 요령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서는 “어떻게든 10승 투수가 되어 내년부터 꾸준히 목표치를 상향하는 투수가 되어야 한다”라며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 팬들은 모르는 노경은의 노력과 야구에 대한 신념을 아는 동료 선후배들도 그를 다독이며 성공을 바랐다.
노경은은 완봉승을 거둔 후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고마워하며 “어머니께서 야구장에 오실 때마다 내가 잘 던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는 말과 함께 웃었다. 아들로서 당연한 효도를 했다는 데 기뻐한 노경은. 노경은이 ‘효자 투수’가 된 것은 그의 오랜 노력을 알고 따뜻하게 보살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마음도 컸다.
비단 야구 뿐 만 아니라 세상에는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지적당하며 냉대 받는 천덕꾸러기도 많다. 따가운 질책만을 받다가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고 기를 북돋워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시 야구공을 잡은 노경은. 그의 완봉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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