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신동엽이다. 성을 뒤로 뺀 ‘동엽신(神’)은 시트콤, 코미디, 예능을 종횡무진하는 그를 위한 최적의 수식어가 됐다. 모든 방송인들이 그렇듯 그에게도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주기가 있었다. 모든 부침을 이겨낸 신동엽, 그는 이제 모든 상황이 즐겁고 유쾌한 진짜 코미디언이 됐다.
신동엽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지난 6월 호스트로 출연했던 tvN ‘SNL코리아2’와의 인연이 이어져 오는 9월 8일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SNL코리아’의 고정 크루로 활약하게 됐다. 그의 이름에 붙는 19금 개그의 달인이라는 수식어와 시즌2 출연 당시 보여주었던 아슬아슬한 성인용 개그는 ‘SNL코리아’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는 큰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수위 높고 야한 개그? 자신있다. 하지만..”

“너무 야하게만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SNL코리아’ 합류 소감을 이렇게 시작했다.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성인용 유머에 대한 기대치를 인식하고 있었다.
“수위가 높고 야한 거? 사실 자신 있어요.(웃음) 하지만 제가 볼 때 그런 개그는 1~2개월 바짝 재미있는 거라 프로그램에서 곧 빠지게 되거든요. 저는 생방송으로 콩트를 하는 ‘SNL코리아’의 시스템이 좋고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오래오래 함께 하고픈 마음이죠. 그러려면 제 위주로 분위기가 가서도 안 되고 야한 개그만을 위주로 가는 것도 아니에요.”
코미디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의 개그에 사람들이 ‘빵’ 웃음을 터트릴 때가 아닐까 싶다. 웃음이라는 목표를 가진 여러 포맷의 방송 프로그램이 있지만 신동엽은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대본을 고치는 작업이 수반되는 콩트에 특별한 애착을 가졌다.
“늘 콩트, 시트콤.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난 번에 ‘SNL코리아’에 출연 했을 때 기분이 좋았고 만감이 교차했죠. 그 때 ‘쨕’이나 골프 강습 같이 야한 코너도 있었지만 뒷부분에서 보여드렸던 성형이라든가, ‘진품명품’ 패러디는 제가 힘이 달려가지고 연기를 못해서 그렇지 정말 재미있는 코너였거든요. 그런 식이에요. ‘SNL코리아’에 참여하면서 대본을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어요.”

# “SNL코리아 첫방, 기대만큼 실망 클 것.”
기대를 너무 해도 큰일이고 안 해도 큰일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에, 반대로 기대치가 너무 낮으면 출발선에선 주자들이 파이팅할 기운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아마도 처음에 많이 실망하실 거예요. 하지만요, 길게 보고 오래오래 봐주시면 크루들만의 탄탄한 팀워크로 호스트를 빛내줄 겁니다. 호스트에 따라 부침이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호스트가 가장 빛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크루들이 바라고 있거든요. 저희끼리 모여 있을 때 하는 이야기죠. 하하.”
신동엽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성인 시트콤에 대한 갈증을 내비쳤었다. 그는 “일종의 반항심이었다”고 말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너무’ 착한 텔레비전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것이었다. “좀 솔직해지자는 생각이었다”는 그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말하고 한국의 성인 시트콤은 불쾌하다는 편견이 싫었다. 그래서 과감히, 용감하게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SNL코리아’가 있다.
“미국 ‘SNL’을 자주 보지 못했지만 크루진이 탄탄해서 누가 나와도 재미있더라고요. 연기와 무관한 사람일 경우에도요. 색다른 맛을 보여주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SNL코리아’도 누가 출연하더라도 결과물이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운동선수? 이런 쪽에 계시지 않았던 분과 크루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방송으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혼자 사는 대박집 아니라 같이 웃는 먹자골목 만들겠다.”
“개그맨이 됐을 때부터 최소한의 예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동엽은 개그, 웃음에 대한 예의를 강조했다.
“개그맨끼리 모여 있을 때 누구 한 사람을 타깃으로 살짝 공격하면서 다른 사람의 웃음을 유도해 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개그맨이 막 됐을 때 제가 느낀 건 그런 식으로 웃기려고 하다보면 하면 안 될 말을 하거나 과장해서 무언가를 지어내게 된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상처를 입게 되죠. 저는 옆에서 그걸 바라보는 입장이었는데 누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하나도 안 웃기고 재미도 없어지더라고요.”
신동엽은 형식에 얽매이기 싫고 규정된 것들 때문에 쓸데없는 기싸움을 벌이는 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유재석, 강호동 등과의 비교에 “유재석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강호동만의 고유 영역이 있다. 저도 그렇다”고 여유를 보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해왔고 앞으로 해나갈 겁니다. 전 라이벌이 없어요, 정말. 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하고 다 같이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코미디 분야에서 대박집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사는 먹자골목을 만들 거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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