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홈런' 정훈,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란 각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08 06: 50

"오늘 잘 했다고 내일 잘 하는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25)이 1군에 복귀한 날 화끈한 방망이를 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훈은 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앞서 1군에 등록됐다. 올 시즌 정훈은 데뷔 후 가장 많은 59경기에 출전하며 백업 내야수로 입지를 다져왔지만 8월 부진으로 19일 2군으로 내려갔다. 8월 월간타율 1할8푼2리, 아직 수비는 불안하지만 타격재능을 인정받아 1군에 있던 정훈에겐 재정비가 필요했다.
1군 복귀 첫 경기부터 정훈은 유격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홈런포를 날렸다. 2-0으로 앞선 2회 롯데는 2사 후 8번 용덕한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정훈은 한화 선발 김혁민의 142km 초구 투심 패스트볼을 힘껏 받아쳐 사직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시즌 2호 홈런포였다.

정훈은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4-2로 추격을 허용한 4회 1사 만루 위기에선 박노민의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2루 베이스 태그 후 1루에 정확하게 뿌려 병살 플레이를 만들었고 6회엔 최진행의 3-유간 타구를 불규칙바운드임에도 정확하게 잡아 잡아내는 호수비도 선보였다. 롯데의 5-2 승리에는 정훈의 힘이 컸다.
복귀전에서 대활약을 했음에도 정훈은 크게 웃지 않았다. 대신 "오늘 잘 했다고 내일 잘 하는건 아니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9월 1일 확대엔트리 시행 때 정훈이 1군에 올라올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도 여기에 충격을 받았는지 "확대 엔트리도 못 들어서 혼자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습 뿐이다. 정훈은 2군으로 내려간 걸 위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재정비의 기회로 삼았다. "2군에서는 수비와 부족한 타격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고 그런 부분이 오늘 도움이 됐다"고 말한 정훈은 "2군에서 부족한 것을 많이 배웠다. 2군에 계신 모든 코치님이 배려해 주셨다"고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혁민의 공을 받아쳐 홈런으로 만든 뒤 정훈은 2루 베이스에 다 가서야 기뻐했다. 환한 미소가 아니라 환희를 속으로 억누르는 표정이었다. 홈런 상황에 대해 정훈은 "넘어갈 줄 몰랐다. 홈런에 대한 의식은 못했다"며 "막상 홈런이 나와서 베이스를 도니 기분이 이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훈은 양승호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양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지난해부터 정훈은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기 시작했고 올해 신뢰속에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훈은 "믿음을 주신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다"는 말로 마음을 전했다. 양 감독 역시 "2군에서 고생한 정훈이 홈런을 쳐서 축하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말로 제자의 마음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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