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도 남지않은 프로야구는 뒤늦은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잔여경기 일정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일 잔여경기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 이후 2년만에 더블헤더가 부활하게 됐다. 9월 11일 이후 우천 등으로 경기가 취소될 경우 예비일 편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예비일이 없을 경우 1)다음날 더블헤더, 2)다음 동일 대진의 둘째날 더블헤더, 3)추후 편성 순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는 7일부터 9일까지 사직구장에서 3연전을 치르는데 올 시즌 두 팀의 마지막 맞대결이다. 문제는 주말 부산지역의 일기예보다. 기상청은 8일 부산에 최대 80mm의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토요일 경기의 정상적인 진행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 비는 일요일 오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일요일 경기까지 우천으로 연기될 수 있다.
이번 3연전 가운데 한 경기가 비로 연기되면 월요일인 10일에 편성된다. 만약 토요일에 경기가 벌어지지 않고 일요일에 정상적으로 경기가 열리면 롯데는 9일 사직 한화전부터 16일 대구 삼성전까지 무려 8연전을 치러야 한다. 만약 주말 2경기가 모두 열리지 못하면 10일, 28일, 29일의 예비일에 편성된다. 결론적으로 롯데와 한화의 더블헤더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7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강민호는 더블헤더가 신경쓰인다는 반응이었다. 왼쪽 손목 통증으로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강민호는 "주말에 비 오면 더블헤더 정말 해야 하느냐"고 걱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강민호는 더블헤더에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더블헤더 경기 도중 포수 보호장비 일부를 찬 채 더그아웃 구석에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있는 강민호의 모습이 방송 중계카메라에 잡혔고, 그 모습이 마치 거지왕 김춘삼과 닮았다고 해 '거지왕 강민호'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강민호는 "대구에서 더블헤더 1차전을 뛰고나서 잠시 쉬고 있는데 2차전에도 코치님이 나가 달라고 하더라. 투수가 불안해서 변화구를 못 던지겠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는가. 결국 그날 두 경기를 모두 나가서 9타수 무안타 했다"며 웃었다.
2006년 강민호는 또 다른 포수였던 최기문(현 롯데 배터리코치)의 부상으로 전경기에 출전했고 급속하게 롯데 주전포수로 자리잡았다. 2006년 롯데는 3차례 더블헤더를 가졌는데 강민호는 그 6경기에 모두 선발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더블헤더는 평일엔 오후 3시, 주말엔 오후 2시에 열리는데 2경기를 하루에 모두 치르는 데 8시간은 필요하다. 야수들 가운데 가장 체력소모가 심한 포수로 3번이나 더블헤더에서 마스크를 썼으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강민호가 기억한 그 경기는 2006년 9월 6일 대구구장에서 삼성과 가진 더블헤더였다. 당시 강민호는 안타를 단 한 개도 치지 못했고, 삼진 2개와 실책 1개만을 남겼다. 그 해 강민호가 치른 3번은 더블헤더는 생애 첫 풀타임을 치르던 그에게 힘들었던 경험이었겠지만 이를 자양분으로 이듬해 롯데 주전포수를 꿰차 이제는 정상급 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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