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 생각이 났다. 그때 만난 것이 고양 원더스라는 놀라운 '지푸라기'였다.
지난달 31일 넥센 히어로즈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외야수 안태영(27)은 지난 2004년 2차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그러나 안태영은 이듬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2005 시즌 후 방출됐다.
안태영은 이후 현역 입대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 헬스 트레이너, 사회인 야구 코치 등으로 일했다. 야구를 멀리 하려고 했지만 자꾸 생각이 나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들은 것이 지난해 말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 소식이었다.

안태영은 바로 시험을 봤다. 6년 동안 야구를 놓고 있던 그는 첫째 날 사회인 야구선수들과 함께 테스트를 봤다. 둘째 날 연습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포기하기 직전이던 셋째 날.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원더스 코치는 그에게 "됐으니 나오라"고 했다.
탈락일까. 절망적이던 그는 기적적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안태영은 "팀에서 아마 제가 안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열린 또 하나의 기적은 원더스에서 김성근 감독을 만난 것이었다.
최근 만난 안태영은 "감독님은 당시 제대로 된 야구 선수도 아니었던 우리를 야구 선수로 만들려고 엄청 노력하셨다. 한 명씩 붙잡고 직접 연습시키셨다. 첫 교류 경기에서 외야수로 출장해 실책을 저지른 뒤 지명타자로만 나섰는데, 어느날 갑자기 글러브 끼고 나오라 하시더니 직접 1루 연습을 시키셨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를 비롯한 모든 원더스 선수들이 점점 야구 선수의 모습을 갖춰갔다. 도망가는 선수들이 생길 만큼 독한 지옥훈련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절박함'이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안태영은 "예전에는 지명받았던 것에 안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넥센 스카우트들이 경기를 보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카우트를 본 안태영은 더욱더 집중했다. 이날 안태영은 4타수 4안타로 자신의 진가를 모두 보여줬다. 그는 곧 "넥센에 뽑힐 수도 있겠다"는 코치의 귀띔을 들었다. 이어 "어느 날(8월 24일) 훈련이 끝나고 오니 많은 축하 메시지가 와있었"고 안태영은 다시 프로 선수가 되는 기적을 맛봤다.
안태영은 "이제 최단 목표는 1군에 들어가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팬들에게 멀리 치는 타자로 기억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멀리 홈런을 치는 것이 가장 멋져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발도 빠른 편이다. 1군에서 팀을 위해 활약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안태영은 지난달 30일 강진에 내려간 뒤 5일부터 2군 경기에 출장했다. 6일 경찰청전에서는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양승관 2군 감독에게 이름을 새겼다. 양 감독은 최근 통화에서 "체격 조건이 정말 좋고 장타력이 있는 선수다. 수비만 조금 보강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세상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포기했던 것에 재도전하는 사람은 흔치 않고 그것을 성공하는 사람은 더 드물다. 다시 일어선 안태영은 이제 야구를 섣불리 포기하고 있는 또다른 누군가의 '영웅'이 될 기회를 얻었다. 남은 것은 자신을 일으켜준 많은 사람들을 잊지 않고 더 노력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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