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그가 들었던 말, "서건창이 누구야?". 차가운 이 말을 이겨낸지 153일, 107경기 만에 서건창(23, 넥센 히어로즈)이 뜻깊은 개인 기록을 세웠다.
서건창은 지난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발로 만든 결승점 포함 4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활약하며 개인 시즌 첫 100안타를 달성했다. 지난 4월 7일 선발 2루수 기회를 잡은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5회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지 딱 5달 만이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별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개막 당시만 해도 서건창은 주전 2루수로 낙점됐던 김민성이 개막 이틀 전 부상을 당하며 백업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그는 알토란 같은 활약과 빠른 발, 점차 안정된 수비로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며 이제 유력한 신인왕 후보에까지 오르고 있다.

서건창의 100안타는 강정호(115안타), 박병호(114안타)에 이어 7일 기준으로 팀내 3번째 많은 안타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공동 21위. 그는 박한이(삼성), 정성훈(LG), 장성호(한화)와 올 시즌 안타 수에 있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제 누구와 비교해도 주눅들지 않을 기록을 갖게 된 것이다.
서건창의 진가는 객관적인 안타수가 아니다. 그는 7일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4위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2-2로 맞선 연장 11회 안타로 출루한 뒤 투수 보크를 유도, 2루에서 3루 도루 후 포수 견제 실책에 편승해 홈을 밟았다. 그는 이날 승부의 추를 기울인 이 한 점을 혼자 다 만들어내다시피 하며 자신의 100안타를 자축했다.
넥센은 올해 4강에 들어가지 못해도 박병호, 서건창 등 '흙 속의 진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풀타임 경험을 쌓은 것이 목표 달성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지난해 이맘때쯤만 해도 넥센의 라인업에 없던 서건창은 이제 내년 시즌 구상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력이 됐다.
서건창은 7일 경기 후 "한 점만 내면 돼 적극적으로 뛰었다. 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 가을 야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필 복덩이' 서건창의 성장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100안타는 그가 써내려갈 기록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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