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때에는 볼넷이라도 얻어낸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한화 김태균(30)은 잔여 21경기를 남겨두고 3할8푼8리라는 독보적인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5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볼넷도 68개로 리그 전체 1위. 많은 볼넷 덕분에 타율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다. 시즌 개막 후 최저 타율이 3할8푼5리일 정도로 경이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데에는 김태균 특유의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태균은 "타격 컨디션이 안 좋을 때에는 볼넷이라도 골라내 출루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감이 안 좋을 때 무작정 쳐서 5타수 무안타가 되면 나중에 만회하기가 힘들다. 그보다 볼넷을 골라내 출루하면 본인한테도 좋고 팀에도 기회가 된다. 후배들에게도 많이 이야기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 후배 중 하나가 바로 최진행(27)이다.

올해로 풀타임 주전 3년차가 된 최진행은 100경기에서 338타수 85안타 타율 2할5푼1리 14홈런 47타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내내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쉽다. 4월에는 12경기에서 34타수 3안타 타율 8푼8리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5~6월에는 타율 3할3푼5리 9홈런 3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7월 이후 다시 타율 1할9푼9리 5홈런 15타점으로 부진하다.
좋을 때에는 아주 좋지만 안 좋을 때에는 너무 안 좋은 게 문제다. 때문에 김태균은 볼넷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 좋을 때 볼넷을 얻어야 타율 관리도 되고 나중에 좋아질 때 금방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며 "억지로 치다가 병살나오는 것보다 최대한 힘을 빼고 공을 고르며 뒷타자에게 연결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게 팀과 개인에게 모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진행은 올해 볼넷 48개 이승엽(삼성)·김선빈(KIA)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1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볼넷 20위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삼진 92개도 함께 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11경기에서 39타수 9안타 타율 2할3푼1리에 홈런없이 2타점에 그치고 있는데 삼진 14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도 2개밖에 안 된다.
잦은 슬럼프 속에 타율 관리도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 시즌 타율 2할5푼1리는 2할대에 진입한 지난 5월1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안 좋을 때 볼넷을 골라내면 타율 관리에 도움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타율이 쭉쭉 떨어지게 돼 있다. 올해 최진행은 안타를 치지 못했을 때 볼넷도 없었던 경기가 29경기나 되지만 김태균은 단 8경기에 불과하다. 타율 관리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다.
하지만 어떻게든 기를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진행이가 잘 맞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있는 스윙을 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곧 살아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과연 최진행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볼넷이라도 얻어내려는 마음가짐이 관건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