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건 단순히 가족 구성원이 한 명 늘어나는 의미만을 갖는 게 아니다. 책임질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는 사실은 확실한 동기부여 기회가 되기도 한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26)가 그렇다. 올해 전준우는 이유 없는 부진에 시달리며 마음 고생이 심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며 타율은 계속 내려갔고, 감각을 되찾기 위해 온갖 수단을 써 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0년 주전선수로 자리 잡은 후 처음으로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전준우를 지켜보는 주위 동료들은 한결같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이미 결혼을 한 한 선수는 "첫 아이를 임신해서 출산하는 순간까지 남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도 그랬다. 준우도 아마 올해 내내 아내에 대한 걱정,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야구까지 잘 안되니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힘들다는 소리를 잘 안하는 전준우는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지난 1일 딸이 세상에 태어난 날 이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전준우는 홈런포 한 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중견수 1번타자로 선발출전한 전준우는 1회 첫 타석부터 우전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이어 0-0으로 맞선 3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한화 선발 윤근영의 140km 몸쪽 높은 직구를 노렸다는 듯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비거리 120m짜리 시즌 7호 홈런이었다. 전준우는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타율을 2할6푼1리로 끌어 올렸다. 또한 시즌 101안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이어갔다.
홈런 상황에 대해 전준우는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맞는 순간에 '잘 맞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면서 "후반기에 들면서 몸의 밸런스도 좋아지고 감각이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또한 전준우는 딸이 태어난 뒤 5경기에서 4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준우는 시즌 7홈런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봄, 여름동안 그를 잠시 떠나있던 장타력이 가을이 돼서야 돌아온 것. 2010년 19홈런, 2011년 11홈런을 쳤던 전준우는 홈런 3개만 더하면 된다.
그렇지만 전준우는 남은 시즌동안 홈런에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이루면 좋겠지만 1번 타자로서 홈런보다는 2루타를 더 많이 치고 싶다"는 게 전준우의 속내다.
이제 정규시즌은 20경기가 남았다. 그렇지만 롯데는 정규시즌을 넘어 포스트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준우의 부활이 너무 늦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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