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신예 포수가 비로소 진짜 도전에 임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지만 고통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후반기 LG의 주전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는 윤요섭이 진짜 1군 포수가 되기 위해 고난을 각오했다.
2010년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고나서 윤요섭은 문서상으로 기록된 포지션이 포수였을 뿐 사실상 수비자리가 없었다. 포수 능력에 물음표가 붙은 채 지명타자나 대타로만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선 1루수 미트를 받았고 1루 수비 연습에 전념했다. 장타력과 컨택 능력을 겸비한, LG에서 드문 우타자였기 때문에 팀은 포지션 변경과 함께 윤요섭이 지닌 타격 재능을 극대화하려했다.
하지만 도저히 포수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1군 그라운드에서 배트를 잡는 순간에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온 윤요섭은 김기태 감독과 면담을 통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챙겼다. 윤요섭은 “거의 2, 3년 동안 포수 자리에서 떠났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야구가 재미없었다. 타격이 좋다고 1루를 보라고 하는데 1루에서도, 타석에서도 야구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기만 했다. 갈수록 포수 자리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갔고 면담을 통해 감독님께 다시 포수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했다”고 포수로 돌아오게 된 시점을 되돌아봤다.

시즌 전 14년 동안 안방을 지켜온 프랜차이즈 포수가 FA로 이적했고 시즌 중에는 주전 포수마스크를 썼던 베테랑 심광호가 무릎 수술과 함께 팀을 이탈했다. 그러면서 LG 포수진은 6월 중순부터 무주공산이었다. 이때부터 윤요섭은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와 호흡을 맞추면서 포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후반기에는 주전포수로 기용되는 중이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고난길이 열렸고 한 경기에 거의 매 이닝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른 적도 있다. 그래도 윤요섭은 절대 고개 숙이지 않았다. 자신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경기 후 호흡을 맞췄던 투수에게 다가가 더 나아질 것을 약속했다.
꾸준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던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자신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할 때부터 부진하자 다음날 자신의 포구 자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솔직하게 물어봤다. 쉬지 않고 동료 투수들의 장단점을 연구했고 매 경기 시험을 치르듯 고심했다. 리즈가 8월부터 평균자책점 2.01로 호투하는 요인을 묻자 윤요섭은 “이제야 리즈와 마음이 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 통역을 통해 리즈와 꾸준히 대화했는데 그동안 리즈가 승을 올리지 못해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하더라. 이제는 승리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내려놨고 심적으로 변하니까 기술적으로도 발전했다”며 “지금의 리즈는 그저 공만 잘 잡아주면 된다. 공이 너무 좋다”고 동료 투수를 향해 엄지손가락를 치켜세웠다.

타격에 대해서는 어느 상황이라도 3할을 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요섭은 “예전부터 지금 정도의 타격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포수마스크를 쓰면서 타석에 들어서면 힘들다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치기 힘들거나 무서운 공은 없다”며 “타격에는 자신 있다. 그러나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타율 3할이 아니라 포수로서 발전하는 것이다”고 목표점을 분명히 했다. 올 시즌 윤요섭은 8일 잠실 KIA전까지 61경기·155타석 동안 타율 3할3푼1리 OPS 0.811을 올리고 있다.
윤요섭은 LG가 시즌 중반부터 급격히 추락한 원인을 포수진, 즉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윤요섭은 “좋은 포수는 기본적으로 투수와 함께 경기를 이끌어나가며 팀 전체를 향상시키더라. 그래서 강팀에는 꼭 좋은 포수가 있는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투수가 지닌 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즌 초반에는 상대 팀이 우리 투수들의 무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하나씩 알게 된다. 진짜 싸움은 무기가 다 떨어졌을 때부터인 거 같다. 이때부터는 경험과 호흡이 승부를 가른다. 시즌 중반부터 무기가 없는 투수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 윤요섭은 “투수와 한 마음이 되어 무기가 없어도 풀어가는 포수가 되고 싶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쉬지 않고 연습해야할 것이다”며 “어쨌든 그게 곧 나로 인해 팀이 꾸준하고 한 시즌 내내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 본다. 다음 시즌에 더 나은 포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려한다”고 팀 성적을 향상시키는 포수가 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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