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한현희 넉살에 흐뭇했던 이유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09 09: 00

보통 신인선수들은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우선 공기 자체가 낯설다. 코칭스태프와 선배들도 하늘처럼 높아 보인다. 주눅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항상 예외가 있는 법. 넥센 신인투수 한현희(19, 넥센)가 주인공이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8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덕아웃을 지나가던 한현희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왜 좌타자만 나오면 만날 그 모양이냐”라고 타박했다. 아무리 농담기가 짙었다고 하더라도 보통 신인선수들이라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한현희는 싱글생글 웃으며 “아닙니다. 전 좌타자가 편한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해 김 감독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신인선수답지 않은 넉살이었다.
이후 김 감독과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은 한현희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총총걸음으로 라커룸을 향했다. 신인선수의 ‘역공’에 김 감독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싶었지만 반응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한현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김 감독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김 감독은 “가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농담으로 ‘너 때문에 안녕 못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럴 때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거나 마음에 담아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선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현희는 그런 측면에서 참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런 성격이 있어야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 기량을 담을 그릇인 성격 역시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나 투수들은 예민한 위치다. 자신이나 동료들의 실수를 속으로 쌓아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탈이 난다. 그렇기에 지나간 일은 툭툭 털어버릴 수 있는 낙천적인 성격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에이스인 류현진(한화)의 성공도 두 요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졌다.
한현희는 올 시즌 34경기에서 3승4패4홀드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 중이다. 올해 입단한 고졸신인투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선발(4경기)과 구원(30경기)을 오가며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어린 선수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경험이다. 최근에는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차는 등 벤치의 신뢰도 두텁다. 넥센 마운드를 이끌어갈 차세대 동력이라고 할 만하다.
김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그런 성격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실패가 가져다줄 생채기 탓에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한현희를 향한 김 감독에 미소에는 앞으로도 그런 성격을 잘 지키고 가꾸어갔으면 하는 스승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