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를 평가하는 척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 척도들도 결국은 소화이닝이라는 기본으로 돌아온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잘 던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좋은 성적의 탄탄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넥센의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37)는 올 시즌 최고의 투수라고 할 만하다. 한국무대 4년차인 나이트는 8일 현재 26경기에서 13승3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1위, 다승에서는 장원삼(삼성, 14승)에 이어 공동 2위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소화이닝이다. 8일 현재 180⅔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7이닝을 소화하며 선발투수의 몫을 톡톡히 했다.
나이트의 올 시즌 출장일지를 보면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절로 생각난다. 나이트의 올 시즌 최소이닝투구 경기는 5월 23일 잠실 LG전으로 4⅔이닝이었다. 그 외에는 5회를 못 채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면 16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졌다. 26경기 중 무려 23차례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도장을 찍어 이 부문 1위이기도 하다. 리그에서 20번 이상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선수는 나이트가 유일하다.

200이닝 투구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우천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나이트는 적어도 3~4경기는 더 등판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 200이닝 돌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화이닝에서 나이트의 뒤를 쫓고 있는 2위 더스틴 니퍼트(두산, 170이닝)와 3위 쉐인 유먼(롯데, 169⅔이닝)의 기록을 감안할 때 200이닝 고지 정복의 첫 주인공은 나이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쩌면 유일한 정복자가 될 수도 있다.
김시진 넥센 감독도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나이트의 200이닝 투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우선 제구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을 가장 큰 무기로 평가했다. 김 감독은 “제구가 안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볼넷도 적다. 투구수를 아끼며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실제 나이트는 올 시즌 47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경기당 1.8개에 불과하다.
성적의 기복 없이 꾸준한 투구를 보여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통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는 후반기에도 끄떡없는 모습이다. 전반기 18경기에서 9승2패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한 나이트는 후반기 8경기에서도 4승1패 평균자책점 2.29로 거의 비슷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8월 이후 6경기 등판에서는 한 차례의 패전도 없이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수확했다.
김 감독은 “마운드 운영에 대한 생각이 뛰어난 선수다. 110~120개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체력과 투구 밸런스를 갖추고 있고 몸 관리도 철저하다. 여기에 성적을 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프로선수로서의 자격을 다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극찬하며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팀의 에이스라면 180이닝에서 210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나이트의 도전을 응원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200이닝 소화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234⅓이닝)와 류현진(한화, 211이닝)이 동시 달성한 이후 아직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2010년 류현진(한화, 192⅔이닝)이 근접하긴 했지만 시즌 막판 피로누적 증세로 이탈하며 달성에 실패했다. 나이트가 5년 만에 200이닝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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