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대우의 굳은살, '타자 자격증' 얻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10 06: 26

"고등학교 땐 잡히지도 않았던 물집과 굳은살을 얻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롯데 자이언츠 김대우(28)는 2003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로 지명을 받았지만 고려대 진학을 선택했었다.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 받았을 정도로 김대우는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지만 대학 시절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2008년 롯데에 계약금 1억 원을 받고 다시 들어오게 됐다. 내야수로 프로에 입단했던 김대우는 투수로 전향했지만 제구력 불안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타자 전향을 선언해 1루 미트를 끼고 방망이를 잡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김대우는 장타력을 과시하며 올해 활약을 예고했지만 1군에 올라오기 쉽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줘 5월 중순 1군에 올라왔지만 2경기 만에 곧바로 2군행 지시를 받았다. 4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 여기에 1루수로 출장해 불안한 수비를 연신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양승호 감독은 "아직 (1군에서 뛸) 준비가 안 된 선수"라며 김대우를 추천한 2군 코칭스태프에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9월 1일, 김대우는 확대엔트리때 다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퓨처스리그에선 타율 3할(4위) 홈런 9개(3위) 63타점(1위)으로 더 이상 적수가 없을 정도다. 도루도 21개나 했을 정도로 주력도 갖추고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나성범에 전혀 뒤지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고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후 김대우는 1군에서 3경기에만 출전, 주로 대주자로 투입된다. 이번에 올라 온 김대우를 보고 양 감독은 "이제는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사직구장에서 만난 김대우의 표정은 5월과는 달리 많이 밝아져 있었다. "이제는 야구하는 재미를 알겠다"던 김대우는 "주위에서 뒤늦게 타자로 전향한 걸 두고 아깝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난 아직 젊기에 충분히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김대우는 이제 많이 여유가 생겼다. 2일 사직 LG전에서 대형 파울홈런을 친 장면을 돌이키며 "그게 넘어갔으면 인생이 바뀔 수 있었는데"라는 농담도 할 정도다. 그렇기에 이제까지 그가 걸어온 조금은 험난한 야구인생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투수 쪽으로는 아예 미련을 버렸다"고 말한 김대우는 "이제 내 길은 타자밖에 없다"고 방망이를 고쳐 쥐었다.
그러면서 김대우는 오른손을 펼쳐 보였다. 그의 손바닥에는 10원짜리 동전만한 굳은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의 모든 타자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자격증'과도 같은 게 굳은살이다. 이것이 생기기 위해서는 수없이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 반복해야만 한다. "고등학교 때도 타자를 했지만 당시엔 물집 같은 게 잡히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천재'라는 소리를 숱하게 듣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어 그는 "(작년에) 타자로 전향하고 나서 방망이를 돌리는데 그제야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더라. 계속 터지고 다시 생기고를 반복하고 나니 이제야 굳은살이 되었다"며 미소지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물집, 하지만 김대우에겐 프로야구 선수로서 다시 태어났다는 징표와도 같다.
김대우는 교육리그 명단에 포함돼 올 시즌을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 다음 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날 예정인 김대우,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며 힘찬 날갯짓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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