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인이고 첫 시즌이잖아요. 선발투수든 구원투수든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다 해본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려고 합니다.”
LG 신인 좌투수 최성훈은 올 시즌 선발진과 불펜진을 오가며 1군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 4월 25일 1군 엔트리에 합류했고 6월 2일 단 한 차례만 1군에서 제외됐을 뿐, 12일 만에 다시 1군으로 콜업됐다. 프로데뷔 첫 시즌, 31경기·59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 중이다.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3.42로 구원 등판때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최성훈은 팀의 요구에 따라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좀처럼 진짜 신인선수가 나오지 않는 프로야구지만 김기태 감독은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최성훈에 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작은 체구지만 배짱이 있고 자기 공을 던질 줄 안다”고 최성훈을 평가했고 실제로 최성훈은 1군 마운드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8월 10일 대구 삼성전 9회말에 구원 등판한 최성훈은 상대 타자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강하게 맞았지만 자신의 의지로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8일 12회 연장혈투를 벌인 잠실 KIA전에선 11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12회초 동료 내야수의 실책으로 비롯된 1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며 다시 한 번 두둑한 배짱을 증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성훈은 “11회말 공격에서 우리 팀이 기회를 잡았지만 점수는 못냈다. 그래도 12회말이 오면 다시 기회를 잡고 점수를 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내가 11회초처럼 12회초에도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며 “(오)지환이가 실수를 했는데 마운드 위에서는 무조건 잊으려고 했다.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져 볼넷을 주고 만루 위기에 있었지만 어떻게든 상대 타자를 처리해야 한다고 다짐했었다”고 밝혔다.
결국 최성훈은 절제절명의 순간에서 박기남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 침착하게 포수를 향해 공을 토스하여 3루 주자를 포스아웃 시켰다. 다음 타자 김주형은 높을 볼로 유인해 플라이 타구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LG는 이대형의 3루타에 이은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올 시즌 두 번째 끝내기 승리의 환희를 맛봤다.
이날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최성훈은 자신의 투구보다는 함께 호흡을 맞춘 동기 신인포수 조윤준에게 공을 돌렸다. 최성훈은 “윤준이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윤준이와 호흡을 맞추곤 해서 그런지 서로 잘 통했다”며 “윤준이가 11회초 이용규 선배의 도루도 잡아줬고 12회초 위기에서도 블로킹을 잘 하면서 침착하게 나를 이끌어줬다. 윤준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인 첫 시즌을 1군에서 소화하며 여러 가지를 경험한 최성훈은 이미 내년을 위한 두 가지 과제를 설정했다. 최성훈은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체력을 증진시키고 확실한 결정구를 만든 상태로 마운드에 설 것이다”며 “대학 때는 직구 구위가 지금보다 더 좋았다. 하지만 프로는 매일 경기를 치르고 항상 준비해야한다. 결국 체력이 좋아야 구위도 유지할 수 있겠더라. 그리고 결정구의 부재도 많이 느꼈다. 2스트라이크를 잡고 나서도 결정구가 없어 볼카운트 싸움이 길어지곤 한다. 지난 겨울 봉중근 선배님으로부터 1루 견제를 배워서 도움이 많이 됐는데 오는 겨울에는 체인지업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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