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올해 넥센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야구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넥센은 112경기를 치른 9일 기준 52승2무58패 승률 4할7푼3리로 4위 두산과 5.5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4강 진출이 어려워진 셈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지금 역전패나 실책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봐도 시즌초 돌풍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넥센은 올 시즌 성적만큼 중요한 걸 얻었다. 바로 숨겨져 있던 보석같은 선수들과 그들의 소중한 경험이다. 아직 알려진 선수들보다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훨씬 많지만, 그것이 바로 넥센의 신선한 매력이다.
▲ 붙박이 4번타자로 성공적 안착, 박병호
지난해 7월말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26)에게 김시진 감독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너는 4번타자"라고 했다. 정말로 그는 트레이드 후 지난 시즌 말 2경기(수술)를 제외하고는 모두 4번타자로 출장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하고 있는 선수기도 하다.
'출석'만 잘 한 것이 아니다. 박석민(22개)보다 5개 많은 27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을 사실상 예약했다. 타점도 90타점으로 1위, 4번타자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즌초 2할5푼대에 머물러 근심을 샀던 타율도 2할9푼7리까지 올리며 첫 풀타임 시즌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 잘 때리고 잘 달리는 '복덩이', 서건창
이제는 '업둥이'라는 타이틀로 부족하다. 시즌 전 "1군에서 뛰는 게 목표"라던 서건창(23)은 이제 넥센의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면 이상한 선수가 됐다. 김민우(33), 정수성(34), 장기영(30)이 채우던 1,2번 타순의 평균 연령을 한참 내리며 팀의 알토란 같은 타자가 됐다.
서건창은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많은 7번의 결승타를 때려내며 타석에 들어서면 뭔가를 보여줄 것 같은 해결사의 이미지도 얻었다. 도루 순위는 전체 3위(28)까지 올랐다. 박병호와 같이 풀타임 첫 해지만 야구에만 집중하며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고 있다.
▲ 미래의 BK, '준비된 신인' 한현희
지난해 8월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넥센에 지명된 사이드암 한현희(19)는 고등학교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 '흙속의 진주'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고졸 투수들이 프로에 와서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신인 투수가 첫해 필승조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한현희 또한 시즌초 두자릿수의 평균자책점으로 5월 2군행을 겪기도 했지만 돌아온 뒤 6,7월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3.36까지 내렸다. 타팀 감독에게 "지금 현재 구위는 김병현보다 낫다"는 평가도 들었다. 첫해의 성공과 실패를 잘 분석해 앞으로 잘 실천할 수 있다면 더 큰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 넥센 외야진의 세대 교체, 문우람
현재 넥센의 외야는 거의 30대다. 송지만(39)을 비롯, 이택근(32), 유한준(31), 오윤(31), 이성열(28), 장기영 등이 외야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문우람(20)이 확대 엔트리로 1군에 올라오면서 넥센 외야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었다.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서 보살만 2개를 성공시키며 이름을 알린 문우람은 2011 시즌을 앞두고 신고선수로 입단해 올해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올 시즌 2군에서 3할3푼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가능성을 보인 그는 시즌 후반 1군에서도 특이한 폼으로 대타 타율 5할을 기록하며 외야의 '형'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 제구 잡혀가는 '파이어볼러', 장효훈
신인이었던 2007년초 스프링캠프에서 153km를 찍은 강속구 우완 장효훈(25)의 문제는 그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항상 제구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다 2009 시즌 후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말 돌아왔다. 올 시즌 불펜으로 나서다 시즌 중반부터 비어버린 선발을 메우며 스윙맨의 역할을 하고 있다.
6월까지도 여전히 볼넷(20개)이 삼진(16개)보다 많았던 장효훈은 7월 이후 삼진 24개를 잡는 동안 볼넷 14개밖에 내주지 않으며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장효훈은 지난달 26일 목동 SK전에서 생애 첫 퀄리티 스타트(6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공을 자신있게 던지는 법을 익히며 지금도 한뼘씩 커가고 있다.
이들 외에도 대타, 대주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3루 수비까지 소화 가능한 군필 내야수 유재신(25), 작은 체격조건을 뛰어난 투구 매커니즘으로 극복해가고 있는 투수 박종윤(19), 고양 원더스에서 4번타자로 활약하다 지난달 입단한 안태영(27) 등은 내년에도 넥센 야구를 기대하게 할 만한 자원들이다.
사실 프로 선수들의 실력은 한 뼘 차이라고들 한다. 기회를 얻느냐, 그 기회를 자신이 잡을 수 있느냐가 그 선수의 실력과 지명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넘치는 '기회의 땅'이다. 찬스를 맞이한 선수들이 내년에도 금쪽같은 활약으로 팀을 빛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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