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현상이다. 곧 쳐줄 것이다".
삼성은 지난주 3경기에서 팀 타율 2할1푼9리에 그쳤다. 팀 득점은 평균 2.0점에 불과했고, 잔루는 무려 26개였다. 특히 3~5번 중심타자들이 부진했다. 이승엽-박석민-최형우의 중심타선이 지난주 38타수 8안타 타율 2할1푼1리에 타점은 하나도 없었다. 배영섭(0.308)-박한이(0.556)의 1~2번 테이블세터가 출루했으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중심타자들의 9월 부진에 "일시적인 현상이다. 곧 다시 쳐줄 것"이라며 "타격은 믿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타격은 페이스가 올라왔다가도 금방 떨어진다. 이제 시즌을 거의 다 했고 그동안 잘 해준 선수들이다. 결국 이 선수들이 쳐줘야 한다. 지금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조금만 쳐주면 경기가 쉽게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베테랑 이승엽의 경우에는 페이스 저하가 뚜렷하다. 이승엽은 최근 4경기 연속 2삼진을 당하는 등 18타수 3안타 타율 1할6푼7리에 불과하다. 류중일 감독은 "요즘 힘이 떨어졌는지 타격 밸런스가 조금 안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잘 해줄 것이다"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시즌 내내 타선을 이끌어온 선수이고, 워낙 경험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할 것이란 믿음이다.
삼성은 올해 팀 타율 2할7푼2리로 이 부문 전체 1위다. 팀 출루율(0.354)·장타율(0.393)도 모두 1위. 지난해 팀 타율·장타율 6위에 그치고 출루율도 4위였지만, 올해는 3개 부문 모두 1위로 뛰어올랐다. 팀 홈런도 지난해 4위(95개)에서 올해 3위(83개) 한 단계 올랐다. 당연히 경기당 평균 득점도 4.8점으로 전체 1위. 지난해에는 평균 득점 3위였다. 모든 면에서 향상됐다.
지난해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을 휩쓸었던 최형우가 시즌 초반 깊은 부진에 빠지며 고전했지만, 9년 만에 돌아온 이승엽의 녹슬지 않은 활약과 박석민의 데뷔 후 최고 활약이 중심타선을 지탱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은 규정타석을 채우지 않고도 51타점을 올렸다. 큰 부상 공백 없이 시즌 내내 중심타선이 원활하게 잘 돌아갔다. 류 감독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류 감독의 믿음은 작전을 걸지 않는 뚝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류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한지 2년째가 다 되어가는데 스퀴즈 사인을 낸 적이 없다. 딱 한 번 선수가 직접 기습번트를 댄 것이 전부"라고 했다. 올해 삼성은 희생번트가 83개로 LG(76개) 다음으로 적은데 1~3회 희생번트는 26개로 두산(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류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변함없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잔여 경기는 21게임. 우승 확정까지 매직넘버는 17이다. 잠시 침체에 빠진 삼성의 중심타선이 해결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리그 결승타 1~2위의 박석민(12개)·이승엽(11개)을 비롯해 진갑용(8개)·최형우(5개)의 총 결승타는 36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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