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최고시청률 45.3%를 기록,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며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은 주연 못지않은 명품조연들이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넝굴당’(극본 박지은, 연출 김형석)은 주요배우들 유준상과 김남주, 조여정 등이 극의 큰 맥락을 이끌어가고 있는 가운데 살아 있는 조연 캐릭터들이 극에 맛있는 양념을 치며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깨알 같은 연기로 ‘넝굴당’의 빈틈을 채워 넣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 주연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린 이들 ‘폭소유발자들’을 꼽아봤다.

◆ 원칙주의자 며느리 민지영
진경은 극중 중학교 국어교사로 시어머니와 남편 앞에서는 한없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며느리이자 아내지만 아들 앞에서는 종종 원리원칙을 잊어버리는 감정적인 어머니 민지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듯 말하는 직업병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머리를 하나로 단정하게 묶고 직사각형의 안경을 착용, 선생님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하고 선생님 말투로 요목조목 따지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오게 했다.
52회분에서 방말숙(오연서 분)이 지영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장면이 큰 웃음을 자아냈다. 말숙이 지영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과 함께 편지를 썼지만 편지에는 틀린 맞춤법들이 가득했던 것. 이를 언급하려고 했지만 순간 ‘가르치는 병’을 지적한 남편 세중(김용희 분)의 눈치 때문에 결국 지적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노래방을 찾아 말숙이 틀린 맞춤법들을 노래로 폭발시켰다.
특히 조용하기만 할 것 같은 지영이 시어머니에게 조목조목 따지는 모습은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공감을 샀다.
◆ 눈치 없는 모태솔로 엄순애
양희경은 극 중 엄청애(윤여정 분)의 막내동생 엄순애 역을 맡아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 눈치 없는 행동과 엄청난 식성으로 ‘넝굴당’의 웃음을 도맡았다.
모태솔로 엄순애의 폭발적인(?) 애교와 식성이 빛나는 장면은 SBS ‘짝’을 패러디한 ‘짝꿍’에서 핑크색 재킷을 입고 최대한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50여년간 간직한 애교를 선보였지만 비호감으로 찍혀 혼자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도시락을 먹다 말고 “안먹어”라며 자리를 떴지만 이미 도시락은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필두가 언니 엄보애(유지인 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언니 청애 집으로 가출을 해 눈치 없이 윤희(김남주 분)의 집에 머물고 방을 두드리며 부부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하기도 했다.
노처녀에 철없고 엉뚱하고 캐릭터지만 현빈의 제대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 없이 순박해지고 라디오에서 고운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스럽게 다가가며 큰 사랑을 받았다.
◆ 남편밖에 모르는 남편바보 고옥
심이영은 극 중 고등학교 때 남편 정배를 만나 사랑에 빠진 후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남편을 사랑해온 고옥 역을 맡아 ‘남편바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꼬불꼬불 아줌마 파마를 했지만 예쁜 외모에 백치미가 더해진 고옥은 지켜주고 싶은 보호 본능을 자아내게 만드는 인물이다. 또한 고옥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훈훈함을 안겨줬다.
남편이 부동산에서 해고당한 것을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응원하고 남편을 해고한 사장에게 한 마디 하는 고옥은 시청자들에게 짠함을 전하기도 했다.
◆ 순수 엉뚱 꽃미남 방장군
곽동연은 극 중 맡은 방장군은 부모님에게는 효자, 학교에서는 열심히 수업을 듣는 모범생으로 누구보다 바른생활을 하지만 입만 열면 무식함이 흘러나오는 캐릭터다. 성격도 좋고 훤칠하고 잘 생긴 외모로 여고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지만 똑똑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순박한 얼굴로 태연자작하게 무식한 면모를 녹여내고 있는 방장군은 수업을 집중해서 듣지만 답을 밀려 쓴 것이 오히려 전교 꼴찌를 벗어나는 허당 소년이다.
방장군은 공부는 잘 못해도 뛰어난 대사 암기력과 연기력으로 배우로 데뷔했고 부동산에서 해고당한 아버지에게 돈을 많이 벌어서 동생을 잘 기르겠다며 가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깨닫지 못하고 반항만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부모를 향한 방장군의 개념 있는 언행은 시청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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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넝굴당’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