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 기형 손가락 이겨낸 투혼의 타격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10 11: 48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의 새끼손가락은 제대로 펴지지 않은 채 휘어져있다. 부종 현상이 이전보다 약화된 것이 그나마 예전보다는 나아보였으나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상태였다.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6)은 그에 아랑곳 없이 팀 승리를 위한 백의종군을 다짐했다.
임재철은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장 12회초 최주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2 리드를 잡은 2사 만루에서 우중간 3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6-2 연장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2이닝 퍼펙트 쾌투를 펼친 홍상삼과 결승타점 주인공 최주환의 공도 컸으나 임재철의 쐐기타가 없었다면 두산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유망주들을 보호해야 했던 팀 상황을 고려해 FA 권한을 행사한 뒤 2년 최대 5억원에 계약을 맺은 임재철은 올 시즌 각오를 단단히 했던 바 있다. 주장으로 선임된 데다 1999년 롯데 데뷔 후 삼성-한화를 거치며 저니맨의 삶을 살던 자신이 가장 오래 몸 담은 팀이었던 만큼 팀 승리에 확실히 공헌하고 싶다는 뜻이 컸던 임재철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생각대로 위력이 나오지 않아 발 빠르고 기습번트에도 능한 후배 정수빈에게 더 많은 출장 기회가 부여되었다. 설상가상 지난 5월 18일 잠실 LG전에서는 2-3으로 뒤진 2사 2루서 대주자로 나섰다가 유원상의 견제구에 걸리며 아웃되는 바람에 다치고도 고개를 들지 못한 임재철이다. 이 때 임재철은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베이스에 밀리며 꺾여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다.
골절상으로 인해 재활군에 있는 동안 임재철의 주장 완장도 후배 이종욱에게 넘어갔다. 그만큼 임재철의 부상이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6일 두 달 여만에 1군에 복귀했으나 임재철의 올 시즌 성적은 49경기 2할2푼3리 2홈런 11타점 3도루(10일 현재)로 아쉬움이 있다. 골절상을 입은 오른 새끼손가락은 이제 제대로 구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는다. 마치 1997~1998년 현대와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투혼을 발휘했던 기아의 ‘농구대통령’ 허재(현 KCC 감독)의 새끼손가락과도 비슷한 상태다. 100% 컨디션이 아닐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임재철은 “내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최대한을 쏟아붓겠다”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주전 우익수인 정수빈의 타율도 아직 2할3푼4리에 불과한 데다 왼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 이후 정수빈의 주력이 급감한 모습이 역력하다. 또 다른 준족의 외야수 정진호는 확실한 기량 성장세를 보여줬으나 아직 주전 외야수감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선수단 맏형 김동주도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라 2군에 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임재철의 야구 내외적인 공헌이 절실한 만큼 그는 쉴 수 없다.
FA 자격 취득을 앞뒀을 때도. 생애 첫 FA 계약에 성공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임재철의 목표는 하나다. “두산은 내 존재가치를 만들어 준 팀이다. 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을 위해 내 한 몸을 바치겠다”라는 것이 그의 목표다. 기형이 되어버린 새끼손가락에도 불구, 임재철이 목소리를 높이며 그라운드에 나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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