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WC 복귀 꿈꾸는 ‘잠룡 4개국’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9.10 16: 01

FIFA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생애 꼭 한 번 서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다. 한국의 경우 7회 연속 그 무대를 밟다 보니 이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지만, 그 과정은 실상 너무나 험난하고 치열하다. 그렇다 보니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하는 국가들 또한 많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유럽의 벨기에,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남미의 콜롬비아다. 이들은 모두 과거 불세출의 슈퍼스타를 앞세워 월드컵 무대를 휘저었던 국가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짧게는 8년, 길게는 12년 이상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원조 붉은 악마로 불린 벨기에는 2002한일월드컵 이후 지난 8년간 월드컵에서 자취를 감췄다. 1998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한국과 1-1로 비기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벨기에는 2002한일월드컵에선 일본에 조 1위를 내주며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나 탈락했다. 이후 긴 암흑기에 들어선 벨기에는 세대교체의 공백기까지 거치며 월드컵 뿐만 아니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3번 연속 낙방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아자르, 펠라이니, 비첼, 뎀벨레 등 무수한 유망주들이 출현했고 이들이 빅리그 진출과 함께 경험을 쌓아 나가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출발 역시 좋다. 벨기에는 1차전 웨일즈 원정에서 2-0의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겼다.
동구의 강호였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역시 재기를 노리고 있는 잠룡들이다. 불가이라는 과거 1994미국월드컵에서 스토이치코프, 레츠코프라는 월드스타를 앞세워 4강에까지 진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그들은 8강에서 마테우스와 클린스만 등이 포진한 ‘전차군단’ 독일을 2-1로 제압했고, 비록 패하긴 했지만 4강에서 이탈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만큼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 
자국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게오르그 하지를 앞세워 199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던 루마니아 역시 유럽 축구의 강자였다. 1994미국월드컵 8강에 이어 1998프랑스월드컵에서 ‘종가’ 잉글랜드를 2-1로 제압하며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했던 루마니아는, 크로아티아와 16강전에서 선수단 전체가 국기색에 맞춰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됐고 황금세대가 물러나자 기다리고 있는 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하지만 2014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첫 출발은 상쾌하다. 루마니아는 에스토니아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고 불가리아는 ‘강호’ 이탈리아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월드컵서 다시 보고 싶은 국가라면, 남미의 콜롬비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자머리’로 유명했던 발데라마와 ‘기인’ 이기타 골키퍼를 앞세워 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던 콜롬비아는 4년 뒤 미국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노렸지만 미국전에서 나온 수비수 에스코바르의 자살골과 함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탈락의 원흉이 된 에스코바르는 이후 고국에서 안타깝게도 팬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고 콜롬비아 축구도 그의 죽음과 함께 몰락했다. 이후 그들은 1998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끝으로 세 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현재 콜롬비아는 지난주 강력한 라이벌인 우루과이를 4-0으로 대파하며 월드컵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다. 지금은 비록 희미해졌지만 월드컵 역사에 강렬한 발자취를 남긴 이들 국가 중 과연 몇 팀이나 브라질땅에 밟을 수 있을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질 월드컵 예선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nomad7981@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