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 속담처럼.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어도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10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은 "저 때문에 못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달 5경기 타율 2할1푼7리(23타수 5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주춤한 게 아쉬운 듯 했다.
"체력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이승엽은 "2008년 이후 1,2군을 오가면서 경기 출장이 적었는데 오랜만에 계속 경기에 뛰니 조금은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그는 "그래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도 숨기지 않았다.

4~6월 타율 3할3푼2리의 고감도 타격감을 선보였던 이승엽은 7월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체력 저하가 타격감 저하 원인이었다. "시즌 초반에 비해 훈련량은 조금 줄었다. 조금은 힘들어도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좀 더 빨리 왔었으면 좋았을텐데". 이승엽은 파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행복으로 여겼다.
이승엽은 국내 무대 복귀를 결심한 뒤 "두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아들을 위해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이승엽의 한결같은 마음. 그는 "(큰 아들 은혁이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계속 세뇌시켜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면서 "둘째 아들(이은엽)도 내가 최고라는 걸 알때까지 야구해야 할텐데 한 5년은 걸릴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승엽은 삼성의 3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그에게 가장 익숙한 타순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제일 좋아한 게 3번 타순이다. 타순은 관계없지만 그래도 제일 좋은 게 3번이다".
이승엽은 9일 현재 타율 3할6리(431타수 132안타) 20홈런 76타점 74득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 성적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했다. 이승엽은 "9년 만에 복귀했는데 개인 성적은 충분히 만족한다. 다만 내년에도 이 정도 성적이라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목표로 잡았는데 시즌 중반까지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난달 11일 LG전 이후 손맛을 만끽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홈런은 의식하지 않는다. 짧게 짧게 스윙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금보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가을 잔치를 벼르고 있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