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소 실책팀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여기에 수비 중계 과정 등에서 보이지 않는 실책이 일어난 것까지 합치면 더욱 뼈아픈 순간이었다. 4강 재진입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는 KIA 타이거즈가 LG 트윈스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KIA는 8~10일 잠실 LG 3연전에서 4-5, 3-4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한 뒤 10일 경기에서는 3개의 공식 실책을 저지르며 1-7로 완패했다. 3연전 싹쓸이 패배로 인해 KIA의 시즌 전적은 52승 4무 55패(10일 현재, 5위)로 이날 경기가 없던 4위 두산(58승 2무 53패)과 4경기 반 차로 멀어졌다. 4위 재입성의 문이 거의 닫혀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8일 경기 KIA 공격은 1회초 김광삼을 공략해 4-0으로 앞섰다. 그러나 1회말 선두 오지환의 타구를 1루수 조영훈이 놓쳤고 결국 1실점으로 이어졌다. 4회말 2사후에는 윤요섭의 안타를 조영훈이 잡지 못했다. 바운드만 맞추었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 결국 만루위기에서 2실점했다. 5회말에는 박기남이 선두 정성훈의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고(안타) 동점으로 이어졌다. 실책성 수비가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9일 경기도 뼈아팠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2회 먼저 3점을 뽑아 여유있게 앞서갔다. 그러나 2회말 1실점 후 맞이한 2사 만루에서 1루수 조영훈이 정의윤의 땅볼을 놓쳐 그대로 1점을 헌납했다. 추가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마운드는 한 점차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7회말 동점을 허용했다. 내야진의 실책은 이틀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로 이어졌다.
10일 경기는 그야말로 KIA 수비의 극단적인 침체 현상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1-2로 뒤진 3회말 1사 1,3루에서 윤요섭의 투수 앞 땅볼 때 타구를 잡은 앤서니 르루는 병살을 위해 곧바로 2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송구가 낮았고 2루수 안치홍은 베이스로 달려들다 이 공을 놓쳤다. 백업에 들어갔던 유격수 김선빈도 이를 잡지 못하며 결국 한 점을 더 내준 뒤 1사 1,3루가 되었고 오지환의 1타점 우전 안타로 1-4 끌려가는 쐐기점 빌미가 되고 말았다.
5회 일어난 두 개의 실책도 뼈아팠다. 5회말 선두타자 서동욱의 강습성 타구는 1루수 홍재호를 맞고 파울라인 밖으로 굴렀다. 여기에 오지환의 우익수 플라이 때는 1루에 있던 서동욱이 기습적으로 태그업했다. 2루수 안치홍은 서동욱의 움직임을 못 보고 그대로 우익수 이준호의 송구를 이어받았으나 뒤돌았을 때 서동욱이 이미 2루로 뛰고 있었다. 즉각적으로 던졌더라면 아웃시킬 수도 있었으나 안치홍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서동욱은 2루에 안착했다. 허를 찔려 경직된 모습을 보인 안치홍의 보이지 않는 수비 실수였다.
이대형의 2루 땅볼 때 3루 진루에 성공한 서동욱은 이진영의 투수 앞 내야안타 때 홈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는 상대 선발 앤서니의 1루 악송구가 겹쳤다. 생애 처음으로 실전 1루 수비에 나선 홍재호는 경기 전 “어떤 송구가 날아오더라도 안정적으로 잡아야 할 텐데 그 점이 내심 걱정이다”라며 우려했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앤서니의 송구는 1루수 홍재호가 잡기 어렵게 날아가며 결국 파울라인 밖으로 빠졌다. 5회말에만 KIA는 홍재호의 실책과 앤서니의 악송구로 두 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KIA는 133경기에서 총 67실책으로 가장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던 팀이다. 그러나 지금은 총 83개의 실책으로 최다 실책 1위 LG(85개)와 두 개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 안정된 수비가 바탕되지 않는다면 강호 대열에 오를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준 KIA의 잠실 3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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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