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강타자 이호준(36)이 나이를 잊고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1994년에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한 이호준은 처음엔 투수로 8경기에 등판했으나 중지가 자꾸 깨지는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 96년부터 타석에 나섰다가 2000년 중반에 SK로 트레이드돼 2003년부터 슬러거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호준은 현역 중 나이가 20번째로 많고 프로 생활은 박경완(SK 포수. 40. 22년차), 이대진(LG 투수. 38. 20년차)에 이어 류택현(LG 투수. 41), 최동수(LG 내야수. 41)와 함께 19년째 뛰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그가 ‘가을 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해는 2007년 SK가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그는 팀이 두산에 2연패를 당한 후 4, 5차전에서 맹타를 날려 김재현과 함께 대역전승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6경기서 24타수 9안타(.375), 1홈런, 4타점을 터뜨렸습니다.
그해 축승회 직전 FA(자유계약선수)로 4년간 34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4억원)에 계약한 이호준은 그후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으로 지난 해는 연봉이 절반이 깎인 2억5천만원에 계약했습니다.
올 시즌 후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그는 농담섞인 말로 “생계형 때문에 잘해야 하는데…”라면서 좋은 성적을 내길 기대하는데 그의 다짐처럼 요즘 그는 후반기들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8월 한 달간 2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4리, 5홈런, 20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브랜든 나이트(넥센) 등을 제치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8월의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습니다. 그로서는 타자로 뛴 지난 17년간 KBO 상은 처음입니다.
2004년 112타점으로 타점왕이 됐던 해에도 골든글러브를 놓친 그는 올해는 이승엽(삼성), 홍성흔(롯데)와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9일 그는 "야구하면서 이렇게 출루율이 좋았던 적 없었다"며 "출루율 상위권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라며 웃었는데 10일 현재 출루율은 0.409로 랭킹 5위에 올라있습니다.
타율은 3할7리로 5위, 타점은 71점으로 팀내에서 최정과 함께 가장 많고 5위, 홈런은 18개로 6위, 안타는 112개로 최다안타 1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엔 무릎 수술을 받고 8경기 밖에 나오지 못하고 지난 해는 타율2할5푼3리에 14홈런, 62타점에 그쳤던 그는 팀이 지난 5년동안 연거푸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도 2007년을 제외하면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호준은 올 시즌 첫 달에는 타율이 2할7푼6리였다가 5월에 3할3리와 6홈런, 20타점으로 끌어올리고 7월에는 3할3푼3리, 9월엔 4할9리에 6타점으로 후반들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만수 감독이 “팀에서 최고로 잘 때리고 있는 타자”로 꼽고 있는 그는 지난 8일 넥센전에서 7회말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 손목을 다쳤는데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경삼 단장은 “5번 한국시리즈에 오르다보니 가을에 강한 팀으로 체질이 바뀌었는데 올해는 이호준이 본인의 계약을 위해서도 잘 해 줄 것”이라는 말처럼 SK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이호준이 부상없이 활약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