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볼도 못했던 신재웅의 인간승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11 07: 33

"캐치볼도 안 되었어요. 워낙 그 때 어깨가 아팠으니까. 그런데 재활도 열심히 하고 정말 착했던 선수라 우리 팀을 나가서도 잘되었으면 했습니다".
한때 그는 레오 마조니 전 애틀랜타 투수코치가 주목한 유망주였다. 6년 전 1피안타 완봉승 때만해도 팬들은 그가 미래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적과 어깨 부상 이후 방출, 공익근무 후 신고 선수로 다시 시작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비로소 이전의 기대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역경의 벽을 넘어 6년 만에 다시 선발로서 기회를 얻는 LG 트윈스 8년차 좌완 신재웅(30)은 그렇게 값진 승리를 따냈다.
신재웅은 지난 10일 잠실 KIA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5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올 시즌 자신의 최고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4승(1패) 째를 올렸다. 최고구속은 143km로 자신의 평소 구속보다 좀 더 높게 나왔고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가 빛을 발하며 KIA 타선을 산발 5안타로 묶었다.

2005년 마산고-동의대를 거쳐 LG에 2차 3라운드로 지명되었던 신재웅은 그렉 매덕스-탐 글래빈-존 스몰츠 등을 지도했던 전 애틀랜타 투수코치 레오 마조니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유망주였다. 2006시즌에는 한화를 상대로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팀이 주목했던 좌완. 그러나 2006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박명환의 보상선수가 되어 두산으로 이적했다.
빠르지 않은 공이라도 씩씩하게 던질 줄 안다는 점에서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현 NC 감독)이 굉장히 선호한 좌완이었다. "좌완 한 명은 반드시 선발 로테이션에 둘 것이다"라는 생각 하에 신재웅은 금민철(넥센, 공익근무 중)과 4선발을 놓고 경쟁이 예상된 투수였다. 그러나 2007시즌을 앞두고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 도중 어깨 통증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어긋났다.
당시 신재웅과 2군 생활을 같이 했던 동료 중 정재훈 현 두산 전력분석원은 신재웅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2006~2008년까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지난해까지 3년 간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었던 정 분석원은 "집이 가까워서 출근할 때 카풀하던 사이"라며 신재웅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재웅은 정 분석원보다 한 살이 어리다.
"좋은 재능을 갖고 있던 친구였는데 어깨 부상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어요. 불펜피칭은 커녕 롱토스도 꿈도 못 꾸고 그냥 간단한 캐치볼도 안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재활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고 성품이 정말 착했습니다".
그와 함께 정 분석원은 "재웅이가 앞으로 1군에서 성공한다면 인간승리일 것이다. 캐치볼도 못 하던 투수가 부상을 이기고 1군 전력이 되었으니까. 앞으로의 야구 인생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며 따뜻한 이야기를 건넸다. 함께 힘든 시간을 버텼던 착한 후배인 만큼 그 노력과 땀방울이 값진 열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후반기 본격적으로 LG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신재웅은 올 시즌 9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3.25(11일 현재)을 기록하며 1군 주전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정 분석원 뿐만 아니라 신재웅을 아는 많은 이들은 "정말 착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난이 가득했던 지난 5년을 뒤로 하며 접었던 날개를 다시 펼치며 날아오르고 있는 신재웅. 먼 길을 돌아온 그는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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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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