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을 스윕으로 장식했다. 롯데는 10일 사직구장에서 한화를 7-1로 완파하고 3연승을 달렸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한화 상대 사직구장 연승기록을 14로 늘리면서 절대강세를 유지했다. 동시에 롯데는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3위 SK와는 3경기 차, 선두 삼성과는 4경기 차이다. 이제 19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롯데는 2위 수성이 유력하다.
특히 롯데는 9월들어 7경기에서 5승 2패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11경기에서 8승 2패 1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롯데도 경이적인 승률을 유지하며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롯데는 화끈한 방망이로 승리를 거뒀다면 올해는 마운드의 힘으로 상대를 누른다. 9월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2.32, 덕분에 시즌 팀 평균자책점도 3.36으로 떨어져 둘 다 8개구단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후반기지만 롯데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 뒤에는 양승호 감독의 맞춤식 선수 기용법이 있다. 전력에 핵심적인 선수라 하더라도 만약 몸이 아프면 무조건 쉬도록 한다. "나야 롯데에서 감독 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너희들은 앞으로 쭉 롯데에서 야구를 할 것 아니냐. 안 아픈 게 중요하다"는 게 양 감독이 선수들에 자주 하는 말이다. 또한 절박하게 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최대한 기회를 보장해 준다. 투수 이용훈과 이정민이 좋은 예다.

▲ 김성배와 강민호의 휴식, 꿀맛 같았다
사이드암 김성배는 올해 롯데 불펜의 1등공신이다. 박빙에서 위기를 성공적으로 탈출하며 수없이 팀 승리를 지켜냈다. 그렇지만 지난달 24일 사직 두산전이후 김성배는 2주 넘도록 등판하지 않았다. 바로 오른쪽 손목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김성배는 "공을 던질 때 손목을 채는데 관절뼈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크게 심하지는 않은데 감독님께서 쉬라고 하셨다"고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8월 말부터 롯데는 본격적으로 2위 싸움에 돌입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양 감독은 김성배에게 충분한 휴식을 줬다. 물론 정대현이 전력에 정상복귀 하면서 전력공백이 줄었지만 불펜투수 한 명이 필요할 때도 김성배는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며칠만 쉬면되는데 괜히 던졌다가 더 큰 부상이 온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양 감독의 배려 속에 김성배는 빠른 속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10일 한화전에선 오랜만에 등판, 한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주전포수 강민호 역시 며칠간 휴식을 얻었다. 4일 사직 KIA전에서 강민호는 슬라이딩 도중 왼쪽 손목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후 4경기 연속 용덕한이 선발 포수로 출전했고 강민호는 꿀맛과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일 사직 한화전에서 대타로 등장,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경기 후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는 강민호의 말에서 그간의 휴식이 큰 도움이 됐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양 감독은 순위싸움이 한창이 시즌 막판 핵심 주전선수를 과감하게 벤치에 앉히는 용인술을 쓰고 있다. 한창 부진했던 5월에도 양 감독은 김주찬, 홍성흔 등 주전선수들이 가벼운 부상을 입으면 가급적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중요한 시기 비축해둔 체력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 절박한 선수, 일단 기회를 준다
대신 양 감독은 야구에 절박함을 보여주는 선수는 가급적 기회를 준다. 가장 좋은 예가 우완 이용훈과 이정민, 그리고 내야수 박준서다. "3명의 선수 모두 올해에도 2군에 머물렀다면 야구를 그만뒀을지 모르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절박함을 보여줬고 나도 기회를 줬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전반기 롯데 선발진의 수훈갑인 이용훈은 후반기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치며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시즌 8승을 거두고 있는 이용훈은 데뷔 첫 10승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 그래서 양 감독은 이용훈의 등 부상이 처음 발견됐을 땐 "얼마나 절박하게 야구를 했나. 10승 기회를 주고싶다"고 2군에 내리는 대신 다시 기회를 줬다. 비록 이용훈은 다시 부상이 도졌지만 한 번 믿음을 준 선수에 끝까지 기회를 주는 양 감독의 믿음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또 다른 베테랑 이정민은 그 좋은 예다. 지난달 18일 사직 넥센전에서 이정민은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4⅓이닝 4실점, 그렇지만 양 감독은 이정민에게 "선발 기회를 더 줄 테니 자신 있게 던져라"는 주문을 했다. 양 감독의 그러한 격려는 29일 문학 SK전 8이닝 1실점 승리투수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비록 바로 다음 등판인 4일 사직 KIA전에서 이정민은 4⅓이닝 2실점으로 조기강판 됐지만 양 감독은 "절박함을 아는 선수다. 남은 시즌 선발자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11일 사직 두산전에서 이정민이 다시 호투를 펼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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