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서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기적은 없었다. 부임 첫 해 막대한 전력누수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던 LG 김기태호는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급추락을 이겨내지 못했다. 사실상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많은 이들이 ‘혹시나’하고 LG의 반전에 주목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많은 신진급 선수들이 1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고 이들이 승리의 주축이 되어 5월 20일 잠실 두산전 이후 113일 만에 올 시즌 두 번째 3연전 스윕승을 거뒀다. 60패는 넘어갔지만 덕아웃과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시즌 초 상승세 때와 다르지 않으며 선수들은 여전히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물론 상대팀 KIA의 수비 실책이 3연전 스윕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1, 2차전에서 코너 내야진이 붕괴된 KIA는 3차전에선 센터라인마저 무너졌고 3연전 동안 에러 5개를 범했다. 기록되지 않은 에러까지 포함하면 10개에 달할 정도로 올 시즌 최악의 수비력이었다. LG 또한 1, 2차전에서 연이어 희생번트에 실패하며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그래도 미래를 기대케 하는 모습도 분명히 보였다.
1차전에선 일 년 내내 실망스러웠던 2년차 신예 임찬규가 선발투수 김광삼의 조기강판 뒤 마운드를 지켜냈다. 신인 최성훈은 11회부터 등판해 2이닝 무실점, 1사 만루 위기도 극복했다. 멀티 내야수 김용의는 12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자신이 유틸리티 플레이어 이상의 그릇이란 것을 증명했다. 김용의는 2차전 5타수 3안타, 3차전 4타수 2안타로 3연전의 주인공이 됐다. 역경을 이겨내고 신데렐라맨으로 돌아온 좌투수 신재웅은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올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3연승을 달렸다.
베테랑 선수들의 솔선수범 역시 돋보였다. 3차전 멀티히트를 기록한 주장 이병규는 시즌 내내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박용택과 이진영 역시 3차전에서 5안타를 날리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목표 실패에도 2012시즌의 마지막을 허무하게 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팀 전체에 형성,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즌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LG는 지난 5년 동안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후 더욱 급격히 추락했다. LG는 2007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8월 이후 74승 111패(무승부 제외), 승률 4할을 기록했다.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상위팀의 순위 싸움에 희생됐고 이미 페넌트레이스 밖으로 나가버렸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팀에 투쟁심을 유도하고 있으며 선수들 역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한다. LG는 2003시즌 이후 60승을 달성한 적이 없다. 18경기 남은 상황에서 10승 이상을 올리면 9년 만에 60승에 도달한다. LG가 60승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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