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퀸' 김하늘이 벗었다(?). 자체발광 미모 뒤로 숨어있던 애교 필살기와 자기 자랑 버릇(?)을 과감히 드러냈다. 여신 이미지를 떨치고 "나는 액션의 신동"이라고 강조하며 3일 만에 승마를 섭렵하고 대역 없이 한강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달린 간 큰 면모를 과시했다. 장동건도 반하게 한 청초한 자태로 서럽게 흐느끼던 노처녀를 보여준 게 엊그제 같은데 SBS '힐링캠프'에 나와서는 발을 동동 굴러가며 MC들에게 애교를 부리고 "나 얼짱이었다"고 자랑질도 했다.
김하늘이 오랜만에 예능 나들이를 했다. SBS '신사의 품격' 종영 후 오랜만에 그를 만난 시청자들은 반가움을 표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에는 그녀에 대한 호평과 반가움 가득한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데뷔 15년차, 미혼의 30대 여배우. 지난해에는 연기 인생 15년 만에 청룡 영화제와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2관왕을 달성하며 '비로소' 인정받은 기분을 느꼈다고. 수상 당시 눈물을 펑펑 쏟은 그녀의 소감이 남달랐던 이유가 지난 10일, '힐링캠프'를 통해 전해졌다. 여고생 때 얼떨결에(?) 데뷔했고 연기가 뭔지도 모를 뿐아니라 배우에 대한 꿈도 없던 그때, 영화 '바이준'과 드라마 '해피투게더'에 연이어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호사'를 누렸던 그녀다. 하지만 연기력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거셌고 감독을 비롯한 주위의 반응도 냉담했다. 다른 여배우와 비교해가며 자신을 다그치는 감독이 야속했지만 '당신들이 하자고 졸라 놓고 왜 혼내느냐'고 홀로 뒷담화를 하며 버텼고 '그런 식으로는 연기 오래 못한다'는 감독의 말에 '어디 두고 보자. 내가 연기를 그만두나'라는 심정으로 절치부심했다는 사연이 가감 없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고비 고비를 넘긴 끝에 거머쥔 여우주연상 트로피, 벅차지 않을 수가 있을까.

데뷔 후 비로소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된, 배우 타이틀에 올인하게 된 계기도 털어놨다. 언젠가 한밤중에 다른 배우의 촬영장에 응원차 방문을 가는데 멀리서 쏟아지는 조명의 불빛들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질투심이 끓어오르더라고 고백했다. '저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 싶어 당시 매니저에게 '나 이제 연기가 좋다. 빨리 작품 하고 싶으니 잡아 달라'고 했단다. 그전까지 그저 불평하기 좋아했던 그는 어느덧 연기를 하고 싶고, 좋아하는 진짜 배우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연기 인생 속 일련의 경험들을 고백하며 그는 결국 '자존심'이 자신을 지탱하게 하고 성장하게 한 동력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자존심 없는 사람 없겠지만, 눈에 띄는 미모와 캐스팅 복을 타고나고도 작품 마다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야 했던 여배우 입장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아파도 아프지 않을 척, 포기하고 싶어도 괜찮은 척해가며 외로움과 아픔을 모두 견딘 결과다.
이날 김하늘은 스스로도 '신사의 품격' 이후 대중 사이 자신의 이미지가 상당히 호전됐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김하늘은 어쩌면 지난 15년 동안 미모만 믿고 덤비는, 그래서 늘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는 여배우로 오해받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존심을 무기로 꿋꿋이 버텨온 결과, 15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따냈고 '로코퀸' 수식어를 얻었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로서의 품격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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