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고의4구, 이종욱의 뜬공…이색 기록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11 11: 25

최다승투수 삼성 장원삼(14승), 타격왕 한화 김태균(.379), 홈런왕 넥센 박병호(27개)의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자주 노출도 된다. 하지만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선 다승, 홈런보다 중요하진 않지만 눈여겨 봐야 할 여러 기록들이 존재한다. 이런 기록들은 직접 찾아봐야 하기에 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세부적인 기록 안에서도 야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류현진의 고의4구가 급증한 사실에서 올해 그의 투구와 벤치의 작전지시 정도를 가늠할 수 있고, 보크가 많은 탈보트가 견제아웃도 많이 잡아낸 건 그만큼 그의 견제 동작이 독특하다는 걸 의미한다.
한화 류현진은 올해 고의4구를 6개 기록하면서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이 내줬다. 전체 투수들 가운데서도 LG 우규민(7개)에 이어 2위다. 보통 잠수함 투수가 전체 고의4구 1위를 차지하는 걸 감안해 볼 때 류현진의 개수는 결코 적지 않다. 예년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작년 류현진은 고의4구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올해를 제외하고 6년 통산 고의4구는 14개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삼성 오승환도 올해는 고의4구를 4개나 허용했다. 이는 올해 벤치의 작전 개입이 잦아졌음을 의미한다.

삼성 탈보트는 올해 4개의 보크를 범해 전체 1위라는 불명예를 당했다. 외국인투수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고생하는 게 보크다. 리그마다 보크를 적용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두산 프록터가 3개의 보크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탈보크'라는 달갑잖은 별명까지 얻은 탈보트지만 올해 견제아웃를 가장 많이 잡아내기도 했다. 무려 8개의 견제사로 2위 박희수(3개)보다 배 이상 많다. 탈보트의 투구동작은 심판뿐만 아니라 주자들에까지 혼란을 준다.
한화 김혁민이 폭투 13개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는 것도 눈에 띈다. 폭투 1위인 롯데 사도스키(14개)는 볼 끝이 지저분한데다 올해 9이닝당 볼넷이 4.13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2위일 정도로 제구에 불안감을 노출한다. 하지만 김혁민은 올해 제구력이 안정되며 9이닝당 볼넷이 2.13개로 확 줄었다. 그럼에도 13개의 폭투를 기록한 건 주무기가 포크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화의 포수진이 세대교체 중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올해 한화 김태균은 투수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볼넷도 68개를 얻어 최다를 기록 중이다. 그렇지만 사사구(볼넷+몸에 맞는 공) 1위는 삼성 박석민(87개)이 기록 중이다. 2위 박병호(77개)와 무려 10개나 차이가 난다. 그 차이를 만든 건 바로 몸에 맞는 공이다. 박석민은 무려 24번이나 타석에서 공에 맞았다. 일단 홈 플레이트 안쪽으로 바짝 붙는 타격 폼이고 무엇보다 공에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넥센 강정호는 고의4구를 8개나 얻어내며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한화 김태균(6개)보다 2개가 많다. 시즌 초반 무서운 홈런 레이스를 펼치던 강정호는 6월 중순 이후 홈런 1개만을 추가하는데 그쳐 타석에서의 위압감은 조금 떨어진 상황, 그렇지만 고의4구가 많은 건 넥센의 타순이 원인이다. 넥센은 3번 이택근-4번 박병호-5번 강정호로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해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하위타순으로 넘어가며 그 힘이 급격히 약화된다. 결국 상대투수는 5번 강정호만 넘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타자가 타격을 해서 아웃이 될 때 땅볼이냐 뜬공이냐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땅볼아웃이 늘어나면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는 걸 의미하고, 반대로 교타자의 뜬공아웃이 늘어나는 것도 반길 일만은 아니다. 올해 KIA 이용규는 156개의 땅볼아웃을 기록, 가장 많은 개수를 보였다. 하지만 뜬공아웃 1위는 두산 이종욱(147개)이다. 바로 그 뒤를 따르는 SK 최정(142개), 삼성 최형우(141개)는 슬러거 형이지만 이종욱은 대표적인 교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결국 이종욱 역시 올해 타격 밸런스가 안 맞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타율 최하위(.234)인 사실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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