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승, 그 어려움 속에 숨어있는 법칙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2 10: 41

“투수가 완투하여 상대팀에게 전혀 득점을 주지 않고 승리한 경기”. 완봉승의 사전적 정의다. 선발투수로서 팀에 공헌할 수 있는 최대치이자 누구에게는 일생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영광이기도 하다.
11일 사직구장에서는 이용찬(23, 두산)이 생애 첫 완봉승으로 시즌 10승을 장식했다. 9이닝 동안 31타자를 상대해 4피안타 1볼넷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용찬 개인으로는 2008년 데뷔 후 처음이다. 올 시즌 두 차례나 완투패를 당한 아픔도 깨끗하게 씻어냈다.
▲ 뜸해진 완봉승, 왜?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 기록이기에 더 값지다. 실제 완봉승은 올 시즌을 통틀어서도 5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용찬 이전에는 4월 29일 사직 LG전에서 유먼(롯데)이 첫 스타트를 끊은 데 이어 윤석민(5월 11일 광주 두산전), 나이트(8월 11일 목동 한화전), 노경은(9월 6일 잠실 넥센전)이 차례로 바턴을 이어받았다.
완봉승이 시즌의 '중요 기록'이 된 것은 시대의 흐름과 연관이 있다. 1980년대는 선발투수들이 경기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활약한 김시진 넥센 감독은 “우리 때는 공이 좋으면 투구수와 관계없이 그냥 끝까지 갔다”고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만큼 완투의 조건과 가까이 갈 수 있었고 몇몇 행운이 겹치면 완봉까지 이어졌다. 이런 경향은 1990년대까지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발과 불펜의 분업이 워낙 확실하다. 김시진 감독은 “상황마다 최대한 힘을 쓰기 위해 중간 선수들을 올리는 추세라 한 선수의 완투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말 잘 던지지 않는 이상 9회까지 마운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완투 능력을 갖춘 투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완봉승의 감소를 부른 중요한 원인이다.
근래라고 할 수 있는 지난 3년의 완투·완봉 일지만 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2010년에는 완투를 경험한 투수가 총 18명(27번)이었다. 이 중 완봉승은 12차례 나왔다. 2011년에는 완투한 투수가 14명(22번), 완봉승 11번으로 줄었다. 시즌이 거의 다 끝나가는 올 시즌은 15명이 24번의 완투 경기를 했지만 완봉승은 고작 5번 나오는 데 그쳤다. 2번 기록한 선수는 아직 없다. 완봉승 흉작이라 할 만하다.
▲ 구위 + 공격적인 투구 + 동료들의 지원
그렇다면 완봉승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기본은 구위다.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도 구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하다. 어차피 투수는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힘이 남아있을 때 최대한 많은 타자들을 잡아야 기록에 근접할 수 있다.
올 시즌 완봉승을 달성한 5명의 선수도 이를 증명한다. 어렵게 승부하기보다는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승부로 투구수를 아꼈다. 5명은 완봉승을 기록한 경기에서 평균 108개의 공을 던졌다. 노경은이 102개로 가장 적었고 이용찬이 115개로 가장 많았다. 9이닝을 모두 던졌음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투구였다. 투구수가 남아 있으니 벤치도 끝까지 완봉승을 밀어줄 수 있었다. 윤석민은 완봉승을 기록한 후 “바로바로 승부에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삼진보다는 볼넷에 신경을 써야 한다. 11개의 삼진을 잡은 이용찬을 제외하면 삼진이 평소보다 적었다. 리그의 대표적인 ‘닥터 K’인 윤석민은 5개, 올 시즌 탈삼진 부문 2위인 유먼은 7개, 나이트와 노경은은 4개였다. 최소한 공 3개가 필요한 삼진 대신 맞춰 잡았다는 통계다.
대신 투구수의 가장 큰 적인 볼넷은 모두 적었다. 유먼과 나이트는 무사사구 완봉승이었고 나머지 세 선수도 사사구는 하나씩이었다. 윤석민은 볼넷 없이 몸에 맞는 공이었고 노경은은 8회, 이용찬은 9회에 볼넷 하나를 내줬다.
동료들의 지원도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 완봉승은 의외로 팽팽한 승부에서 나왔다. 가장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은 선수는 유먼으로 5점에 불과했다. 대신 선취점이 비교적 이른 시간에 나왔다. 5회 이전 지원받은 1점을 끝까지 지킨 윤석민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5회 전 2~3점씩을 지원받았다. 점수의 대부분이 초반에 집중된 것이다. 선발투수들이 여유를 찾음과 동시에 긴장은 풀어지지 않는 적절한 점수였다.
호수비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이용찬만 봐도 이종욱 김현수 정수빈 등 외야수들의 도움을 받아 완봉승에 이를 수 있었다. 이용찬도 경기 후 완봉승의 비결로 “야수들의 호수비”를 들었다. 유먼도 “견고한 수비가 없었으면 완봉이 불가능했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나이트가 스스로 실책 하나를 저질렀을 뿐, 5명이 완봉승을 기록한 경기에서 야수들의 실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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