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마지막 고민, ‘김광현 딜레마' 어쩌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2 06: 35

한동안 벤치의 속을 태웠던 타선은 어느 정도 살아났다. 불펜 운영도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SK의 고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에이스’ 김광현(24)이다.
김광현은 지난 7일 광주 KIA전에 등판해 뭇매를 맞았다. 2⅓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2볼넷으로 7실점하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 시즌 최악의 투구이자 사실상의 최소 이닝 투구이기도 했다. 7월 1일 문학 LG전에서 던진 2이닝을 던졌지만 당시는 어깨 통증 때문에 강판된 경우다. 7일 경기와는 사정이 다르다.
물론 김광현이라고 해서 매 경기 잘 던질 수는 없다. 한 경기 좋지 않았다고 넘길 수도 있다. 성준 SK 투수코치도 “날 잡아서 맞았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문제라고 보기에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 겨우 내내 왼 어깨 재활에 매달렸던 김광현은 복귀 후 6월 5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1.38로 호투했다. 그러나 7월 이후 9경기 성적은 3승3패 평균자책점 5.82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김광현의 몸 상태다. 100% 상태였다면 언제든지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스스로도, 코칭스태프도 인정한다. 재활로 시즌 시작이 늦었고 시즌 중반 왼 어깨 통증이 다시 도져 잠시 쉬기도 했다. 아직은 한창 좋을 때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갖추지 못했다.
떨어진 구속이 상징적이다. 복귀 후 140㎞대 중·후반대 직구를 던지던 김광현은 7일 경기에서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3㎞에 그쳤다. 직구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도 반감됐다. 7일 경기를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구속의 편차가 큰 편이다. 제구력이나 다양한 변화구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김광현이다. 그런 그에게 구속 저하는 큰 악재다.
SK의 고민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가진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구속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하자니 선수의 무리가 걱정된다. 성준 코치도 “지금 김광현이 150㎞를 던질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되물은 뒤 “무리하면 던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탈이 난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마냥 내년을 바라볼 수도 없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2위 롯데와 4위 두산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SK다. 좀 더 시선을 넓히면 포스트시즌도 생각해야 한다. 나이에 비해 단기전 경험이 풍부한 김광현의 힘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광현을 제외하면 마땅한 왼손 선발이 없다는 고민도 있다.
일단 SK는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성 코치는 “선수와 상의해 천천히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컨디션으로 최대한 버티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올 시즌 내내 김광현에게 강조한 ‘완급조절론’과 궤를 같이 한다. 이만수 SK 감독도 “선발 등판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며 김광현을 살리기 위한 모든 여지를 열어뒀다. 정규시즌보다는 포스트시즌을 내다본 포석이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왔던 스타일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도 완벽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는 SK와 김광현이다. 비록 올 시즌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감안하면 이런 변화가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과연 SK와 김광현은 이 딜레마를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시즌 막판 SK의 최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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