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허리' 넥센, 박희수보다 적은 팀 홀드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9.12 10: 44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가 적은 팀 홈런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 '김기아'라는 농담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홈런 선두를 달리던 강정호(넥센) 한 명보다 팀 홈런 개수가 적었던 KIA를 한 명의 선수처럼 일컬으며 아쉬움을 토로하던 단어다. KIA는 현재도 45개의 팀 홈런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나 홈런 선두 박병호(넥센, 27개)보다는 많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까지 한 팀이 한 명의 선수를 이기지 못하는 부문이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홀드다. 넥센 불펜은 113경기를 치른 현재 23개의 홀드를 기록해 해당 부문 선두인 박희수(SK, 25개)보다 적다.

홀드 2위인 안지만(22개)보다는 한 개 많다. 팀 홀드 공동 선두인 삼성, 롯데(57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하위 한화도 넥센의 딱 2배인 46개의 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홀드 2위(66개)였던 '불펜 왕국' 넥센의 마운드 굴욕이다.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것은 팀 타율(.248)도 마찬가지지만 OPS(장타율+출루율) 3위(.706), 득점 3위(481점), 홈런 2위(86개), 도루 1위(143개) 등 공격력 지표는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넥센 불펜진은 올 시즌 22번의 패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11차례(공동 5위)다. 해당 부문 상위권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중요한 경기마다 리드를 내주거나 근소한 차이에서 점수를 내주며 추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홀드도 따라오지 않았다. 홀드는 공식기록원이 세이브와 같은 요건(3점 이하 리드시 1이닝 이상 투구, 최저 3회 이상 효과적 투구, 대기 타자 득점시 동점 상황에서 등판)을 갖춘 구원 투수들에게 부여하는 기록이다. 넥센이 매번 3점 이상 리드를 벌리지 않았다면 기록원들이 넥센 불펜진의 투구를 효과적이라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올 시즌 넥센은 불펜은 이정훈, 박성훈, 한현희, 김병현(후반기)이 필승조로 운영됐다. 이정훈은 33경기 4승4패 5홀드 평균자책점 5.08로 부진하고 한현희, 김병현은 국내 타자 경험이 부족했다. 박성훈이 43경기 평균자책점 2.68로 제 역할을 했으나 소화 이닝 수(40⅓이닝)가 워낙 적어 홀드(4개)를 많이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넥센은 불펜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는 팀이었다. 이보근, 오재영, 송신영,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선발진보다 더 탄탄했다. 그러나 올 시즌 송신영이 떠나고 이보근, 오재영이 같이 부진에 빠지면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에 불펜으로 골치를 썩게 됐다.
게다가 올 시즌 김시진 넥센 감독은 불펜들에게 무엇보다 책임감을 강조했다. 원포인트를 없애고 한 명이 적어도 한 이닝 정도는 책임지도록 했다. 주자를 내보낼 경우 자기 주자는 자기가 지켜야 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때문에 투수들의 등판 횟수 자체가 적어졌고 기량이 떨어진 투수들은 그 압박감을 견뎌내지 못한 듯 했다.
6위 넥센은 11일 기준 4위 두산과 6.5경기차가 난다. 앞으로 딱 20경기가 남은 현재 상황에서 뒤집기는 쉽지 않다. 넥센이 내년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을 잘 끝내야 한다. 기록들을 뒤집기에는 벌써 늦었지만 올 시즌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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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에서 가장 많은 5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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