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사령탑 논란, '원칙대로' 현역? '국민감독' 김인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17 10: 00

"WBC는 김인식 감독님이 맡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WBC 1~2회 모두 성공하신 국민감독님 아닌가".
삼성 류중일 감독이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으로 김인식(65).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을 추천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11일 WBC 사령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인식 감독님이 (사령탑을) 맡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WBC 1~2회 대회 모두 성공하신 국민 감독님"이라며 김인식 감독을 추대했다. 류 감독은 1~2회 대회 모두 수비코치로 김 감독을 보좌했다.
▲ WBC, 현역 감독에게는 무리

 
"현역 감독에게 WBC는 무리"라는 류중일 감독의 주장은 WBC가 열리는 시기상 문제 때문이다. WBC는 시즌 개막을 앞둔 3월에 열린다. 프로 구단들의 1년 농사가 달린 스프링캠프가 1월 중순부터 열리는데 적어도 2월부터 대회 준비를 하면 2개월 가까이 팀을 비워야 한다. 당장의 성적에 목 매야 하는 현역 감독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류 감독은 "올해 누가 우승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거의 두 달 가까이 팀을 비워야·한다.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도 있는데 어떤 감독이 맡고 싶겠나"며 "일본도 현역이 아닌 전임 감독으로 간다고 들었다. 아시안게임처럼 시즌후 대회라면 몰라도, 시즌 개막 전 두 달을 비우면 구단에도 미안한 일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겠나"고 역설했다.
실제로 2회 WBC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두 달간 팀을 비웠고, 결국 그해 김 감독의 한화는 창단 후 처음 최하위로 추락했다. 계약 만료 시즌이었던 김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 지고 지휘봉을 내려 놓아야 했다.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혹독했다. WBC 감독이 '독이 든 성배'가 되는 이유.
미국과 일본도 현역보다는 전임 감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뉴욕 양키스를 4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조 토레 감독이 선임됐다. 토레 감독은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 운영팀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2007년 현역 감독에 물러난 야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야마모토 고지와 오치아이 히로미쓰 등 현역에서 물러난 감독들이 WBC 사령탑 물망에 올라있다.
▲ 원칙상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한국프로야구 현역 감독들도 지난 7월 중순 올스타 휴식기 맞아 감독자 회의 갖고, 구본능 KBO 총재에게 이 같은 뜻을 전했다. 감독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 대표팀 감독만 전문적으로 맡는 이른바 '전임 감독'의 임명에 뜻을 모았고, 현역 감독 중 최고참인 김시진 넥센 감독이 대표로 구본능 총재에 건의했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원칙이 있으니 정해진 대로 하자"며 없던 일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WBC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당시 감독자 회의에서 '향후 국제대회가 있을 경우 전해 우승팀 감독이 맡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미 세운 원칙을 무너뜨릴 만한 명분이 없다.
하지만 이참에 아예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만들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야구는 축구처럼 국가대표팀 경기가 많지 않다. WBC와 아시안게임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WBC 시기에 맞춰 6개월 정도 선수 선발 및 운영권을 전 임감독에게 맡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류 감독은 "야구는 축구처럼 국가대표 경기가 많지 않다. WBC 시기에 맞춰 6개월 정도 충분히 준비시간을 주면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 왜 또 김인식 감독인가
 
아직 사령탑 선임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김인식 감독이 다시 한 번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김인식 감독님이 맡으시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WBC 1~2회 대회 모두 성공하신 국민감독님이고, 그런 능력 있으신 분께서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 뿐만 아니라 KIA 선동렬 감독도 시즌 초 "WBC 감독은 현역이 아닌 전임 감독이 맡는 게 좋다. 김인식 감독님이 다시 맡으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류 감독과 의견을 같이 한 바 있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2009년 WBC 1~2회 대회를 맡은 명장이다. 2009년 WBC를 앞두고 감독 선임 문제로 시끄러울 때에는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며 어려운 감독직을 수락했다. 1회 대회 4강 진출에 이어 2회 대회 준우승으로 뚜렷한 실적을 냈다. 특히, 단기전에 강한 김인식 감독의 승부수와 계산은 WBC 같은 국제대회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09년 한화를 끝으로 야인이 됐지만 여전히 규칙위원장 및 기술위원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어 감각도 떨어지지 않았다.
병역 혜택이 없고, 순수하게 포지션별 최고 선수들이 함께 모여 뛰는 게 WBC 대표팀이다. 김인식 감독처럼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 WBC 1·2회 대회에서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에 김 감독이 다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감독 선임 문제가 공론화되고, 전임 감독제가 도입될 경우 김인식 감독이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조범현 전 KIA 감독, 김재박 전 LG 감독도 후보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동안 한국이나 일본 등이 WBC 사령탑을 현역 감독이 맡아 호성적을 거뒀고 한 번 정한 원칙을 실행해보지도 않고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듯' 현역 감독으로 유력한 류중일 감독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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