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무승부로 한국보다 많은 것 얻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9.12 06: 58

기사회생이었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경기 내내 한국에 매서운 공세를 퍼부은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은 최종예선 탈락의 기로에서 희미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승점 1점을 만들어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11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서 4골을 주고받은 난타전 끝에 2-2 무승부에 그쳤다.
무승부 결과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각각 승점 1점씩을 나눠갖게 됐다. 원정경기서 승점 1점을 추가한 한국은 최종예선 3경기서 무패 행진(2승1무, 골득실 6)을 기록하며 승점 7점으로 A조 선두를 유지했다. 한국과 비긴 우즈벡은 2무1패(승점2, 골득실-1)로 최하위에 처지며 본선행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날 경기에서 '불패'를 다짐하고 있었다. 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거치며 쌓여온 부진에 대한 비난 여론 끝에 경질된 바딤 아브라모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하는 '시험대'에 올라있었다.
선수시절 화려한 플레이와 출중한 성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감독으로서 평가는 보류하고 있는 이들에게 성적과 경기 내용으로 자기증명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던 것. 특히 아직까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승리가 없는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전은 중장기적인 상승세를 노리는 우즈베키스탄이 만난 절호의 기회였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성남과 포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한국 축구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카시모프 감독과 '지한파 3인방' 알렉산더 게인리흐, 세르베르 제파로프, 티무르 카파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상대로 지긋지긋하게 이어져온 공한증을 털어내고 대표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이루기에는 최상의 도전 조건이었다.
여기에 부상으로 결장한 오딜 아흐메도프 외 주전 선수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새로 합류한 젊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다는 점도 쾌재를 부를 만하다. 특히 산자르 투르스노프를 비롯한 우즈베키스탄의 영건들이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며 팀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안겼다는 것은 큰 위안거리다.
월드컵 본선 직행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우즈베키스탄이 이날 경기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다. 우즈베키스탄은 9승7무1패의 역대전적에 무승부 하나를 더하며 '아시아 최고' 한국을 상대로 얼마든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성적 부진으로 흔들렸던 대표팀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더구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까지 기대해볼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결과를 얻은 셈이다.
반면 한국은 아쉬움만을 남겼다. 역대 최고 전력으로 일컬어지며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던 선수들은 조직력과 전술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우위를 허용하고 말았다. 중앙 수비를 비롯해 좌우 풀백이 상대의 날카로운 공격에 휘말려 허둥지둥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번번이 우즈베키스탄에 기회를 만들어주며 득점을 헌납했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낸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한국은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이 크다. 원정경기인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오는 10월 17일 열리는 최종예선 4차전 이란전 원정경기를 앞두고 더 많은 준비와 분석이 필요할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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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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