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피에타'와 기대작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이색 맞대결이다.
'베니스 황금사자상'의 후광을 톡톡히 입은 '피애타'가 국내 흥행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광해'가 추석 대목을 앞두고 다시한 번 극장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인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개봉 6일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12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11일 전국 3만 4658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 10만명을 넘겼다.

개봉관수 역시 늘고 있다. 전국 150여 개관에서 출발한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3일만에 288개로 점유율을 높였다. 이런 '피에타'의 위세에 힘입어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02년 개봉된 영화 '나쁜남자'가 보유하던 본인의 최고 기록인 74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피에타'의 흥행에 제동을 걸 영화는 13일 개봉하는 '광해'다.
12일 오전 '광해'는 실시간 예매율 31.1%(영진위)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본 레거시'(14.9%)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한류스타 이병헌의 첫 사극인 '광해'는 일찌감치 하반기 기대작으로 주목받은 대작인데다가 CJ가 배급을 맡아 상영관 수 확보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영화의 맞대결이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김기덕 감독이 날린 대형 배급사의 독점 현상에 대한 직격탄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11일 '피에타'의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 관에서라도 하루 몇 회씩 영화가 상영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퐁당퐁당으로 상영되고 있는데 회차가 아주 적더라. '피에타' 좌석점유율이 45~46% 정도인데 정식적인 극장의 상도를 봤을 땐 회차를 늘려야 한다. 다른 영화는 좌석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상영관이 훨씬 많다. 1000만의 기록을 내기 위해서 영화가 안 내려가고 계속 있는 그게 바로 도둑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돈이 다가 아니진 않느냐. 1대1로 싸워서 지면 당당하게 지겠는데 그렇질 않다. 편법과 독점과 마케팅 등 이렇게 불리한 게임에서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배급사에 일침을 가하며 영화의 작품성에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피에타'와 당초 30일에서 일주일 개봉을 앞당겨 스스로 맞대결을 자초한 '광해'가 어떤 흥행 구도를 그려낼 지 지켜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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