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아니 찬호가 나한테 사인을 받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12 18: 59

"감독님,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12일 대전구장.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훈련을 마친 뒤 3루쪽 원정 덕아웃을 향했다. 그의 손에는 곱게 정돈된 유니폼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등번호 75번의 흰색 유니폼. 바로 한양대 선배이기도 한 삼성 류중일(49) 감독의 유니폼이었다.
박찬호는 류 감독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정중하게 90도로 인사한 뒤 쑥스러운 표정으로 유니폼과 펜을 내밀었다. "감독님,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박찬호의 사인 요청에 류중일 감독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

류 감독은 "내 사인? 아니, 찬호가 나한테 사인 받아?"라며 놀라워 하더니 "영광이다. 내가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라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사인을 해줬다. 직접 류 감독의 유니폼을 샀다는 박찬호는 "사인을 모아서 간직하려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찬호는 류 감독 뿐만 아니라 이승엽·진갑용 등 나머지 삼성 선수들의 유니폼도 준비해와 사인을 받았다. 이승엽은 "훈련 중 사인은 벌금"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대스타로 언제나 사인을 해주는 입장이었던 박찬호가 반대로 타팀 감독 및 선수들의 사인을 받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한편,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박찬호는 변함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팔꿈치 통증이 있기 때문에 아직 공은 던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러닝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찬호처럼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는 처음 봤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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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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