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강속구' 리즈, 적은 내부에 있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2 21: 38

레다메스 리즈(29, LG)에게 패전의 멍에를 씌운 것은 SK의 방망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적은 내부에 있었다. 지난 KIA와의 3연전에서 상대 실책 퍼레이드의 득을 봤던 LG가 12일 잠실 SK전에서는 실책으로 자멸하며 0-3으로 졌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이만수 SK 감독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상대 선발 리즈가 최근 절정의 구위를 뽐냈기 때문이다. 8월 31일 사직 롯데전에서 8이닝 무실점 11탈삼진의 역투를 펼친 리즈는 9월 5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8이닝 9탈삼진 1실점으로 감을 이어갔다. 이만수 감독도 “(리즈의 투구를) TV로 봤는데 그렇게 던지면 못 친다”라며 잔뜩 경계를 드러냈다.
실제 SK 타선은 최고 159㎞의 강속구를 던진 리즈를 상대로 3회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회와 3회 모두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4회에도 박정권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까지 성공했지만 김강민이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 임훈도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기회는 또 한 번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LG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임훈의 타구는 불규칙하게 한 번 튀었으나 2루수 서동욱이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작 공을 잘 잡은 서동욱은 악송구를 범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박정권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이를 본 1루수 김용의가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으나 송구는 또 포수 미트를 벗어났다. 순식간에 실책 2개가 올라갔고 SK는 손쉽게 선취점을 낼 수 있었다.
0-1로 뒤진 6회에 추가점을 내준 것도 실책 탓이었다. 선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낸 리즈는 김강민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으려 달려들다 공을 뒤로 빠뜨렸다. 차라리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리즈의 뒤를 이어 공을 잡은 김용의가 1루에 던진 공이 또 한 번 뒤로 빠졌다. 1사 2루, 아무리 좋지 않아도 무사 1,2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순식간에 무사 2,3루로 돌변했다. 역시 리즈와 김용의의 실책이 동시에 기록됐다.
실책은 아니었지만 그 다음 상황도 아쉬웠다. 리즈가 임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1사 2,3루 상황에서 조인성이 유격수 땅볼을 쳤다. 유격수 오지환의 선택은 홈 승부. 런다운에 걸린 3루 주자 박정권이 3루와 홈 사이에서 멈춰서는 동안 2루 주자 김강민은 3루로 뛰었다. 그러나 포수 윤요섭이 머뭇거리다 김강민의 3루 입성을 너무 쉽게 허용했다.
박정권은 잡았지만 좀 더 빨리 3루로 송구했다면 두 명의 주자에게 모두 덫을 놓을 수 있었다. 결국 리즈는 그 후 대타 안치용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두 번째 실점을 했다. 2점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가뜩이나 SK 선발 윤희상의 공을 공략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LG는 승부를 대등하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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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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