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9회의 미스터리, 투수 대타의 의미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3 12: 09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어떤 시나리오도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까닭이다. 직접적인 해명도 없어 추측만 불거지고 있다.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9회말 2사 2루 상황에 대한 논란이다.
LG는 이날 SK에 0-3으로 졌다. 경기 결과를 떠나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타선은 SK 선발 윤희상에게 꽁꽁 묶였다. 여기에 뼈아픈 실책이 연달아 나오며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벤치와 팬들에게는 허탈한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9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LG가 꺼내든 대타 카드 때문이다. 0-3으로 뒤진 채 9회를 맞이한 LG는 2사 후 정성훈이 2루타를 치며 불씨를 되살렸다. 2사이긴 했지만 중장거리포인 박용택 정의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기회는 있었다.

그러자 SK는 마무리 정우람을 올렸다. 문제는 그 다음 상황부터 시작됐다. 김기태 LG 감독이 타석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박용택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낸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기용이었다.
▲ 선수들에 대한 경고?
승부처에서 대타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사안은 별개로 봐야 한다. 박용택이 특별히 몸에 이상을 호소한 것도, 남아 있는 야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 신동훈은 타석에 들어서 정우람의 공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타격 능력이, 정확히 이야기하면 타격 의지가 없었다. 정우람조차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또 김 감독은 대기타석에 있었던 정의윤까지 벤치로 돌아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강수일 가능성이다. LG는 이날 무기력한 경기 끝에 졌다. 평소 선수들에게 투지와 정신력을 강조하는 김 감독으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경기였음에 틀림없다. 신동훈 투입을 통해 선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정우람이 올라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기타석은 박용택의 몫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준비하는 낌새는 없었다. 투수 교체 후 내린 결정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팬들에게 시즌 끝까지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던 김 감독이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면 모를까, 아예 포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 SK에 대한 불만?
두 번째 시나리오는 SK 불펜 운영에 대한 불만이다. SK는 선발 윤희상이 7⅓이닝을 던진 후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른손 중지 물집 때문에 더 던질 수 없었다. 3-0으로 앞선 상황이라 필승조가 줄줄이 올라왔다. 8회 1사에 등판한 박희수가 1이닝을 던졌고 이재영이 다음 투수로 등판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이재영이 정성훈에게 2루타를 맞자 SK는 정우람을 올려 승리를 매조지었다.
지고 있는 처지에서는 9회에만 투수를 두 번 바꾼 SK의 경기 운영이 못마땅했을 수 있다. 하지만 SK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상도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또 정우람이 등판했을 때는 엄연한 세이브 상황이었다. 혹시 모를 추격에 대비해 미리 진화에 나선 측면도 있었다. 이해 가능한 불펜운영이었다는 이야기다.
김 감독이 이를 몰랐을 리는 없다. 그래서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 상황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특별한 설명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LG 구단 관계자도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 우리가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다”라고 하면서 “내일(13일) 경기 전에 이야기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물론 김 감독이 공식적으로 해명하기 전에 상황을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 알려지지 않은 '제 3의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김 감독은 ‘신동훈 대타 카드’를 통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신동훈은 어리둥절한 프로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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